들른 이 182531871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改名 열풍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에게는 자기 뜻과 상관없이 부모를 통해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두 가지 있다.하늘이 내려주는 생명과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다.

옛날 이름 가운데는 박혁거세,연개소문,을지문덕,이사부,거칠부 등 요즘 감각으로 보면 희한한 것들이 많다.이는 원래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 고유의 문자가 없어 억지로 한자를 갖다붙이다보니 생긴 것이다.옛날 여자 이름 가운데 가장 많은 간난이는 ‘갓낳은’이 갓난→간난으로 변한 예다.또 한가지 흔했던 언년이란 이름은 아들 낳기를 기대했다가 딸을 낳아 ‘기대에 어긋났다’는 뜻의 ‘엇’과 딸을 의미하는 ‘년’이 결합된 경우다.

옛날에는 이름이 천해야 오래 잘 산다는 악명위복(惡名爲福) 천명장수(賤名長壽) 속설 때문에 ‘나쁜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일반화돼 있었다.돌쇠,망쇠,똥구디 하는 식이었다.조선왕조의 고종도 어릴 때 ‘개똥’으로 불렸고,황희 정승의 어릴 적 이름은 ‘도야지(돼지)’였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이름 역시 유행을 타왔다.이젠 많이 줄었지만 예컨대 랑(郞),웅(雄),식(植) 등으로 끝나는 남자 이름과 자(子),지(枝) 등으로 끝나는 여자 이름은 일제시대 창씨개명의 잔재다.한때는 ‘영’자가 들어간 이름이 가장 많아 남자 1위 김영식 2위 김영호,여자 1위 김영자로 조사된 적도 있다.요즘 유행은 단연 한글 이름 짓기다.슬기,보람,하늘,다운….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글 이름은 튀는 인상을 줬으나 어느덧 친숙해졌을 정도다.

이름 바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올 들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명신청은 지난 8월말 현재 이미 2만6200여건으로,지난해 전체 3만3200여건의 80%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는 보도다.옛날과 달리 요즘은 멀쩡한 이름을 바꾸려는 사례가 부쩍 늘었고,‘공부 잘하는 이름’ ‘박찬호 박세리 같이 성공할 수 있는 이름’ 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우리 호적법에는 성(姓)을 포함해 여섯자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등 이름을 호적에 올리거나 개명을 허가할 때 적용하는 몇가지 규칙이 있다.실제와 호적상의 이름이 다르거나 출생신고서에 이름을 잘못 기재한 경우의 개명이야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이밖에 ‘조진년’ 등과 같이 발음상 문제가 있거나 ‘신창원’ 등 흉악범과 이름이 같아 피해를 보는 경우,그리고 일본식 또는 천박한 느낌을 주거나 성(性)이 거꾸로 인식될 수 있는 이름 등이 개명 대상이다.

모두들 제대로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요즘 꽤나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그런가 하면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소리없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이름없는 사람’은 더 많다.좋은 이름을 갖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훌륭한 이름에 걸맞도록 가치있게 사는 게 아닐지.

2001/10/27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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