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일차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나 언어 습관에 많이 달려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어떤 말이 자주 많이 쓰이게 되면 그대로 굳어지기 십상이다.
“유학이라고 와서 날마다 하란 공부는 안 하고 허송세월 보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정말 9월까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는데 두 달을 허송세월 보내 버리니 결과가 아주 솔직하게 나오더라고요.” “직장인들의 휴가라는 게 여행 아니면 집에서 허송세월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허송세월 보내다’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다. ‘허송세월(虛送歲月)’은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낸다는 뜻이다. 허도세월(虛度歲月)과 동일한 표현이다. ‘허송’이 헛되이 보낸다는 의미이니 그 뒤에 다시 ‘보낸다’는 말은 덧붙이지 않아도 된다. 군더더기일 뿐이다. ‘허송세월하다’로 넉넉하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허송세월’ 항목을 보면 첫째 용례로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나와 있다. 이 예구(例句)는 삭제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이런 사례들을 허용하다 보면 웬만한 겹말들을 다 받아들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허송세월하다’를 쓰기 싫으면 ‘세월을 헛되이/쓸데없이 보내다’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먼저 선취점을 올리다’ ‘오래된 숙원 사업’ ‘일찍이 조실부모하고’ 같은 표현들은 입말로 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글말로 써놓고 보면 어색하다. 멋 부리거나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들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른 표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