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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뜰·가든 그리고 호프

우리 일상생활에서 외국어를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요즘 너도나도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는 영어로 모바일 폰(mobile phone), 셀룰러 폰(cellular phone)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핸드폰(hand phone)이라 한다. 엉뚱한 영어다. 더욱이 저명인사의 명함에도 버젓이 ‘H.P.’로 줄여 적는다. 재미있기는 이를 직역하여 ‘손전화’로 다듬어 쓰기도 하는데, 이는 좀 다른 문제다.

우리말의 뜰이나 정원을 뜻하는 영어는 가든(garden)이다. 언젠가부터 도시 교외 갈빗집을 ‘○○가든’이라 이름을 붙인다. 한때 ‘○○회관’이라 하던 도심이나 주택가의 고깃집도 ‘○○가든’이라 부른다. 이렇게 하면 더 고급스러워 보일까 십여 년 전, 어느 맥주회사에서 직영하는 생맥줏집 이름에 독일어를 썼다. 뜰이나 정원·마당 곧, 가든을 뜻하는 독일말이 바로 호프(Hof)다. 생맥주를 마시는 뜰, 정원이라는 의미로 ‘생맥주 전문점 ○○호프’로 이름 붙였다. 이렇게 시작한 게 어느새 알게 모르게 호프라면 생맥줏집이 되고 말았다. 나아가 호프는 생맥줏집뿐만 아니라 생맥주 자체를 일컫기에 이르렀다. ‘호프&소주’를 판다고 간판에 써 놓은 집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된 데는 맥주 원료인 ‘홉’이 영향을 끼쳤다. 맥주 원료 홉은 영어로는 ‘hop’, 독일어로는 ‘Hopfen’이다. 호프를 이 홉에서 관련성을 찾은 것이다. 독일어의 뜰·정원·마당을 생맥주라 부르는 것은 한참 도가 지나쳤다.

이제 우리 생활에 완전히 정착된 ‘생맥주(집)=호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핸드폰을 휴대전화로, 호프집을 생맥줏집으로 되돌리도록 노력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말로 인정하고 그냥 쓰고 말까 우리가 말글생활에 관심을 돌려야 할 데가 이곳저곳에 참 많다.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

2004/02/09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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