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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좋은 가게 이름
몇 해 전부터 한글학회와 문화부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전국의 좋은 회사·가게 이름을 추천받아 표창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온갖 튀기말과 외국 글자로 빌딩·아파트, 회사·가게이름을 짓거나 간판을 세워 어느 나라 회사·거리인지 알 수 없게 하는 중에, 우리말 가게나 회사 이름을 멋스레 달아 손님을 맞고 자신을 뽐내는 보기들이 귀한 지경에 이르러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표창받은 좋은 가게 이름들을 한 번 살펴보자.

섬마을 밀밭집(서울 세종로)/ 샘이 깊은 물(경기 화성)/ 주거니 받거니(대전 서구)/ 신고 메고(진주 신안동)/ 비둘기 둥지(서울 공덕동)/ 매니 푸니(춘천 동면)/ 솔내음(고양 풍동)/ 하늘과 땅 사이(광주 쌍촌동)/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부산 주례3동)/ 에나 만나(진주 가좌동)/ 씨앗을 뿌리는 사람(서울 논현동)/ 이야기 마을(인천 운연동)/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서울 삼성동)/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서울 회기동)/ 돌실나이(진주 대안동)/ 소꼴 베러 가는 날(의정부 금오동)/ 해찬들(논산 연무읍)/ 호박이 넝쿨째(경북 의성읍) 여기서 ‘신고 메고’는 신발·가방가게,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은 안경점,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출판사, ‘솔아솔아 푸르는 솔아’ ‘돌실나이’는 한복집, ‘해찬들’은 고추장 회사, ‘매니 푸니’는 신발매듭 공장 이름들이다.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음식점 이름이다. 이만한 이름을 내건 가게들이라면 갖추어 내는 음식도 맛깔스럽겠거니와 생산하는 물품들도 다른 데 못지 않을 터이다.

좋은 이름을 지어 사회와 거리 분위기를 맑히는 이런 가게와 회사들 두루 잘 꾸려 오래갔으면 한다.

최인호/교열부장

2004/02/12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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