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엉망인 국어 실력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내년에 열릴 월드컵축구대회에 파견될 특파원 등 외국 관계자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시가 지난 5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영문 웹사이트 `Seoul Now`의 `한국어 회화`가 틀린 맞춤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어 회화 코너인 `Let`s learn Korean`. 생활에 필요한 예문을 한글로 적어 놓고 발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 콘텐츠에 사용된 문장이 오자 투성이다. 언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의 `한국어 교실`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요일이에요` `수요일이예요` 등 `이에요`와 `이예요`가 혼동(`이예요`는 틀린 말)돼 쓰였는가 하면 2인칭 대명사 `네`를 써야 할 곳에 `니`라는 비표준어를 적어놓았다. `10시30분인예요` `김 선생님 겨세요` 등의 오자도 있다.
우리말로 발음해 들려주는 문장도 실수 투성이다. 본문에는 `희경이 있어요?`라고 쓰여 있지만 발음은 `희영이 있어요?`라고 나오며, `행복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써놓고 `행복하기 바랍니다`라고 `를`을 뺀 채 발음하고 있다.
예문에 쓰인 영어 또한 마찬가지다. 수요일을 `thursday`라고 표시해 놓고, `What time will you meet your friend?`의 대답으로 `I will meet them at 8 p.m.`이라고 대답해 목적어의 단ㆍ복수형을 헷갈리게 기재하는 등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던 서울대생 이모씨(25)는 "공식적인 기관에서 만든 사이트가 이렇게 엉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사이트가 문을 연 지 20여일이 지났는데도 수정조차 되지 않는 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서울에 대한 각국 언론인들의 정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정보와 취잿거리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영문 웹사이트를 개설한다"고 밝히고 사이트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에 따르면 `Let`s learn Korean`의 실질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KT(Korean Tutor.com)`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기관에서 외국인과 교포들을 위해 만든 한글 학습 사이트다.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되고 있는 서울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문제지만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지도 않고 공개하고, 또 그대로 방치해 두는 서울시의 안이한 행정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