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에 이른바 ‘밸런타인데이’가 지나갔다. 이날을 앞두고 어느 회사의 행사를 소개한 신문기사가 눈에 띈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웰빙 초콜릿 파티’에서는 푸드채널의 이벤트 엽서를 가져오는 사람들에게 핸드메이드 초콜릿, 초콜릿 DIY 세트를 증정한다.” 이 기사는 우리말에 얼마나 많은 외국말이 어지러이 섞여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특히 지난해부터 새로운 문화 ‘코드’라고 선전하면서 건강·여가·음식 등 여러 방면에서 윤택한 삶을 누린다는 뜻을 억지로 넣어 ‘웰빙’(Well-being)이란 말을 퍼뜨려 쓰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올바른 표기는 ‘웰비잉’이다. 한편, 이를 추구하는 이들을 ‘웰빙족’이라 부른다.
웰빙이란 말을 올해 들어서는 신문과 방송에서 앞다투어 쓰고 있다. ‘특수사육 웰빙 돼지고기 인기’, ‘술도 웰빙 바람, 와인판매 급증’처럼 신문기사 제목에도 등장한다. 심지어는 “헝그리 정신이 없는 웰빙 정당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현 위기 극복이 어려울 것” 식의 정치용어로도 쓰일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이 말이 대부분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더 널리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 식품, 맞춤형 건강, 고급 아파트 따위가 웰빙상품의 보기들이다. 그럴싸한 외국말로 포장해야 상업적 효과가 나는 풍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꼭 외국말로 표현해야 세상살이가 더 윤택해지는 것일까 새로운 개념을 우리말로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가짐, 그리고 적절한 우리말을 바로바로 제시할 수 있는 관계기관과 언론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