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그 탄생 600주년" 편지공모전 대상 정신영씨
독일 마인츠 시가 이곳 출신 구텐베르크 탄생 60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구텐베르크에게 보내는 연애편지](Love Letter to Gutenberg) 공모전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대상을 차지, 최근 마인츠 구텐베르크 전시관에서 열린 [구텐베르크 2000] 전시회에 출품됐다.
주인공은 함부르크 미술조형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유학생 정신영(39ㆍ함부르크 미술조형대학 박사과정)씨. 마인츠 시는 작년 이 공모전을 개최했으며 전시회는 올해 9월부터 한달여 열렸다. 정씨는 특히 이 편지를 금속활자의 종주국 국왕인 세종대왕이 구텐베르크에 보내는 형식으로 써 화제를 더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이 교통 수단만 지금처럼 발달했더라면 서로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디자인했습니다.” [조선 임금 세종대왕 명 받들어 집현전 연구원 본인 글월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정씨의 작품은 순 한글로 쓰인 문장. 세종대왕이 1449년 서역 상인들로부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두루마리 편지를 보낸다는 가정 아래 만들었다.
“구텐베르크에 앞서 금속 활자를 사용하고 있는 민족으로서, 그의 연구에 조언과 지원을 하고싶다는 소망을 적었습니다. 이런 내용과 한글체, 디자인이 현지인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켜 저도 기뻤습니다.”편지는 세종대왕이 구텐베르크에게 “훈민정음으로 적은 이 편지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인쇄돼 후세에 남는다면 기쁘지 않겠는가” 제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회는 현지 언론들도 대서 특필했다.
정씨는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에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한국실이 충실하게 꾸며져있다며 우리 문화가 널리 소개돼있다고 전했다. 마인츠시는 정씨에게 당선작 제작 비용을 지원했다. 수동식 인쇄기로 500부를 찍은 이 작품은 출시전부터 예약주문이 몰리는 등 인기를 모았다. 전시관에서도 한 권 70마르크(3만5000원)에 판매됐다.
홍익대를 나온 정씨는 독일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활자와 책 디자인이야말로 일반인이 가장 가깝게, 매일 접하는 시각 디자인”이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다양한 재료와 아이디어를 동원해서 멋진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 작품은 다른 수상작과 함께 독일 여러 도시와 불가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 순회 전시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