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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몇 일`은 없다
관련핫이슈[연재] 우리말 바루기중앙일보 어문연구소 홈페이지“장마가 몇 월 몇 일에 시작돼 며칠이나 계속될까요?” 기상청이 올해부터 장마 예보를 강수 예보로 대체키로 함에 따라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질문 자체에도 오류가 있다.

대개 그달의 몇째 되는 날을 가리킬 때는 ‘몇 일’, 날수를 이를 때는 ‘며칠’로 쓰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아예 ‘몇 일’로만 표기하는 이도 있으나 ‘몇 일’로 적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날짜든, 일정 기간이든 모두 ‘며칠’로 써야 한다.

한글맞춤법에선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려 이뤄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혀 적되, 어원이 분명치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며칠’을 용례로 들고 있다.

‘며칠’을 ‘몇’과 ‘일(日)’의 합성어가 아니라 어원이 불분명한 말로 보고 소리 나는 대로 적은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그 근거는 ‘몇 월’의 발음과 비교해 보면 드러난다.

‘몇’ 다음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가 오면 끝소리인 ‘ㅊ’이 이어져 ‘몇+을[며츨]’과 같이 발음되지만 명사가 오면 ‘몇 월[며둴]’처럼 ‘ㅊ’이 대표음인 ‘ㄷ’으로 소리 난다. 마찬가지로 ‘며칠’이 [며딜]로 발음된다면 ‘몇’과 ‘일’이 결합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며칠]로 소리 난다는 점에서 어원이 분명치 않다고 보고 ‘며칠’로 쓰는 것이다. 　

2009/06/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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