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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환부한다` `해태` 가 무슨 뜻일까?

"피고인 A, B는 원고 C에게 각자 금 100억원을 지급하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

법률용어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판결을 보고 A, B가 C에 대해 각각 100억원의 배상 부담을 안게 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판결문의 '각자'가 국어사전상 '각각의 사람이 따로따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각자'는 '연대하여' '합동하여'를 뜻한다. 즉 어느 한 쪽이 책임을 더 질 수도 있고, 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로 합동해 100억원을 만들어 지급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엄청난 배상액에 놀랐다가 '각자'가 '각각'이 아닌 '연대하여'를 뜻한다는 설명을 들은 후에야 가슴을 쓸어내리는 의뢰인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쓰려는 노력이 법조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민원인이 알쏭달쏭한 용어 때문에 골머리를 않는 예가 많다. 판결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의(실제의 사실과 다름을 모르고 있었음)' '해태(제때에 하지 않음)' '환부한다(돌려준다)' 등 용어는 비전문가에겐 외국어나 다름없다.

이렇듯 난해한 법률용어의 문제점을 꼬집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법무부는 최근 제정 50년 만에 한자로 된 민법을 국민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말 위주로 개정할 방침을 밝혔다. 또 대구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한글날을 맞아 국민 처지에서 읽기 쉬운 판결문을 쓰자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배려하는 법률용어 순화 노력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박형준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일본법 영향을 받아 일본식 어투와 한자가 법률용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며 "단기간 내에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2008/10/09 매일경제
   
 
번호 예제 날짜 출처
1971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박카스`의 탄생과 酒神 `바쿠스/바커스` 2009/11/27 한국경제
1970 [우리말 여행] 혼돈과 혼동 2009/11/27 서울신문
1969 [우리말 여행] 채발 2009/11/26 서울신문
1968 [우리말 여행] ㄹ망정 2009/11/25 서울신문
1967 [우리말 여행] 떡 해 먹을 집안 2009/11/24 서울신문
1966 [우리말 여행] 가탈 2009/11/23 서울신문
1965 [우리말 여행] 두절개 2009/11/21 서울신문
1964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피동 남발`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2009/11/20 한국경제
1963 [우리말 여행] 술적심 2009/11/20 서울신문
1962 [우리말 여행] 선하다와 착하다 2009/11/19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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