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국어실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서울대 민현식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어실력은 1백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하며 최고 명문대라 할 서울대 인문대 학생마저 34.24점에 그쳤다. 그것도 확률적으로 50점을 얻을 수 있는 양자택일 문제에서 나온 점수여서 더욱 당혹스럽다.
이런 결과는 인터넷 문화의 확산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인터넷 통신에서 `~해여``졸라``엽기`등 맞춤법을 일부러 틀리게 사용하거나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 내는 등 규범언어를 왜곡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영어교육 열풍도 국어 소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작 필요한 영어는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면서 중요한 우리 말과 글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조사에 비해 이번에 무려 20점이 떨어진 것도 이런 경향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불가피한 정보화.세계화만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국어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우선 읽기.쓰기.말하기.듣기를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국어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글쓰기 기초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 대문자.종지부를 사용하는 훈련만으로 초등학교 1년을 보낸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조기교육과 과외열풍에 들떠 있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기초를 외면한 채 점수 얻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아울러 논술시험도 적극 확대해야 한다. 논술시험의 부정적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읽고 쓰기 능력을 배양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계층간.세대간 갈등이 심각하다. 이런 마당에 언어마저 계층간.세대간으로 달라져 생각을 공유할 공통의 말과 글이 사라진다면 우리 사회의 통합과 정체성을 찾는 길은 막막할 따름이다.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도 국어교육의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