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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방정환의 `어른동화` 나왔다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이 쓴 동화 가운데 어른이 읽기에 충분한 작품을 모은 선집 `슬프거나 우습거나`(민윤식 엮음·인디북)가 소파 탄생 104주년인 11월9일을 앞두고 4일 발간됐다. `어린이` `신여성` `학생` 등 방정환이 발간했던 잡지에 실렸던 작품들로, 총 14편 가운데 12편이 미공개작이다.

이 작품을 수집한 출판기획자이자 소파연구가 민윤식씨는 “방정환의 작품은 진정한 이야기꾼만이 가질 수 있는 능란한 유머와 예기치 않은 반전으로 가득차 있다”며 “시대 분위기에 조응하듯 `슬프거나` 동시대인을 위로하려는 듯 `우습거나` 혹은 젊은 사회주의자로서 가졌던 비판적 면모 덕분에 `톡톡 쏘거나` 한다”고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 가운데 `은파리` 시리즈는 소파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준다. `개벽` `신여자` `별건곤` 등의 잡지에 7년에 걸쳐 발표됐던 `은파리`는 매번 사회적인 이슈를 찾아가면서 독한 목소리로 까발리고 비판하고 풍자한다. `눈은 샛별같고 몸은 총알보다 빠르고 옷은 고운 은빛`인 은파리의 눈으로 사회비평을 수행한 이 작품은 검열과 삭제, 압수에 시달리다가 결국 총독부로부터 영구 게재중지 처분을 받는다.

호랑이똥과 콩나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호랑이똥과 콩나물`도 뛰어난 작품이다. `호랑이똥`은 무서운 호랑이 이미지에다 더러운 똥을 합성해 무서운 호랑이 선생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 `콩나물`은 때리기를 잘하는 체조선생이지만 러시아 공관원들과 싸움을 벌이고 나라를 생각해서 사치를 하면 안된다며 학생들의 비단옷을 거둬다 태워버리는 애국정신의 상징이다.

이밖에 한 여고생이 자신의 경쟁자인 친구의 커닝행위를 목격하지만 눈감아준다는 내용의 `비밀`, 여자이지만 남자보다 더 우람한 몸을 가진 테니스선수 까마중의 학교생활을 코믹하게 다룬 `여류운동가 까마중 스타`, 악명높은 한 의원이 도적에게 당하는 이야기인 `천하명약 검은고양이` 등이 실려있다.

방정환의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발굴된 것은 800여편. 그중 700여편은 2001년 방정환재단에서 `방정환문집`이란 제목으로 펴낸 적이 있으며, 추후 민윤식씨가 발굴한 100편 중 일부가 이번 책에 소개됐다. 방정환은 1910~30년대 확인된 것만 39개의 필명을 써가면서 동화를 비롯, 번안동화·논문·수필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숱한 잡지에 발표했다.

그가 `몽중인` `잠수부` `북극성` 등의 필명을 쓰면서 자기 신분을 감춘 이유가 있다. 잡지의 필자가 워낙 부족한 데다 원고료를 절약하고 검열을 피하려는 다목적 포석이었다.

민윤식씨는 “소파는 유명한 강연가이자 생활개혁가로, 구어 위주의 작품을 썼기 때문에 맞춤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손볼 부분이 없다”면서 “그가 발간한 잡지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만큼 방정환의 작품이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선린상고를 중퇴한 방정환은 19세때 손병희의 셋째 사위가 된 뒤 아동문학가·출판기획자·문화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고혈압으로 33세에 아깝게 요절했다.

2003/11/04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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