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 투수의 코너워크는 완벽하네요. 인코너 꽉 찬 공을 팍팍 꽂아넣고 있어요. 정말 나이스볼입니다."
"그렇지만 다음 타석에 들어설 백넘버 2번과 5번 선수는 어제 랑데부 홈런을 친 강타자입니다. 경기 전에 프리배팅하는 것을 보니 오늘도 힘이 넘치는 라이너타구를 펑펑 날릴 겁니다."
흔히 듣는 야구중계방송의 한 토막이다. 영어에 프랑스어까지 섞여 있지만 야구팬들은 아무 어려움 없이 알아듣는다.그런데 이런 표현들은 정작 야구종주국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언어의 축약과 조합에 능한 일본인이 만들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베이스볼(baseball)을 원뜻과는 거리가 먼 `야구(野球)`라고 하는 것부터 일본식이다.
이밖에도 평범한 뜬공이라는 뜻으로 쓰는 이지플라이(easy fly), 타자의 몸에 바짝 붙여 던지는 공을 말하는 니어볼(near ball) 등 일본제 영어는 수없이 많다. 이지플라이는 루틴플라이(routine fly), 니어볼은 브러시백(brush back)으로 바꿔 써야 한다.
몇년 전부터 한국 야구계에도 미국야구를 경험하고 온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엉터리 야구용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말이란 습관이기에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또 정확한 용어를 쓰자면 길기도 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언론까지 여전히 엉터리 야구용어를 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튼 이제는 야구용어를 종합적으로 재정립하고 `볼넷`이나 `뜬공`처럼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영구결번됐던 선동열(전 해태)의 `백넘버` 18번이 24일 기아의 새내기 투수 김진우에게 대물림됐다는 기사를 보며 새삼스레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