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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서울을 首耳로?

우리나라 큰 행정구역 이름에서 토박이말로 쓰는 유일한 데가 서울이다. ‘임실’은 한자 취음(任實)을 쓰고 있다. 한밭·빛고을·달구벌처럼 고장 따라 고유어로 바꿔 쓰는 데도 없지 않으나 공식으로 쓰지는 않는다.

서울시는 얼마 전 서울의 한자이름(중국어 표기)을 공모하고, 또 한강의 ‘漢’을 ‘韓’으로 바꾸자는 안을 내놓아 시민·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응모한 말로 ‘首耳, 首沃, 首塢, 首兀, 韓京 … 등 1천여 건이 나왔다는데, 소리나 뜻에 걸맞게 짓는다는 발상은 그럴듯하나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서울은 예로부터 서라벌·셔블·셔울·서울 식으로 썼고, 한양·한성·경성·남경 등 한자이름이 있었다. 중국인들이 한성(漢城·한청)으로 하든 ‘간체자’나 ‘한어병음자모’로 음사해 쓰든 이는 중국 일이다. 일본인들은 경성(京城)이라 쓰니, 같은 서울을 두고 나라 따라 달리 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서울’로만 쓰게 하는 게 해결책이다.

사람·땅이름 등 고유명사는 원체 그쪽 말대로 불러주는 게 원칙이고, 대접하는 태도다. 몽고는 ‘몽골’로 써달래서 몽골로 적고, 인도의 봄베이·캘커타도 원래 이름인 ‘뭄바이·콜카타’로, 카자흐의 알마아타도 ‘알마티’로 바꿨다기에 우리가 그렇게 적어준다. 북경도 베이징이면 그만이다. 아무 나라에나 ‘서울’은 서울로만 부르고 적게 하면 될 일이어서, 우리말살리는 겨레모임, 땅이름학회 기타 뜻있는 이들이 나서 서울시의 이런 행사를 비판하고 있다.

한강도 아예 한자를 버리거나, 한가람 또는 수돗물 이름처럼 옛말 아리수·아리모로를 되살려 쓰는 게 어떤가. 서울을 ‘수이특별시’나 ‘首耳特別市’라고 쓰는 엉뚱한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다.

최인호/교열부장

2004/03/25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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