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790712 명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삶의 체험 - 역사가 흐르는 수필선
(::청소년이 읽은 우리수필 / 신영복 문익환 조지훈 이태준 정지 용(1~5권)지음 / 돌베개::)
청소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대학입시 공부에 시달리는 요즘 청소년들이 접하는 수필은 고작해야 입시 교재에 나오는 정형화된 몇 편일 것이다. 내용도 그러려니와 입시에 자주 등장하는 교재 속의 일부 수필작가는 살아온 전력이 탐탁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수필이 소설처럼 픽션이 아니라 사람의 깊은 내면을 비추는 가장 인간적인 문학형식이기 때문에 작가를 더 고려하게 된다. 수필처럼 어렵지 않으면서 직접적으로 삶의 감동과 지혜를 전해주는 장르가 없지 않은가.

우선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다섯 문필가가 선정됐다. 우리 현대사속에서 치열한 삶의 자세를 보여줬던 문익환 신영복, 월북작가지만 문장과 시에서 우리 문학을 풍성하게 했던 이태준 정지용, 지조의 시인 조지훈 등 건강성을 담지한 필자들이어서 부담이 없다.

다섯 작가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신영복(성공회대)교수는 이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 사회와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줬다. 옥중문학의 백미라 할 편지글과 역사의 현장을 다닌 기행문, 미발표 글들이 포함됐다.

시인이면서 통일운동가였던 문익환 목사는 수필에서도 자신의 낙천적이고 순수한 면을 잘 드러냈다. 역사의식이 담긴 칼럼과 설교 글, 감옥에서 쓴 편지, 윤동주와 김수영의 시에 대한 단상 등 43편이 올라있다.

조지훈은 한국적 향취와 기백이 넘치는 수필가이기도 했다. 그의 다양한 수필 27편이 수록됐다. 문학 청년들의 글쓰기 교과서였던 ‘문장강화’의 이태준은 문학론 등 59편이 실렸다. 언어의 마술사 정지용의 글은 1950년 즈음에 발표된 47편으로 우리말의 미적 정서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것들과 식민지 조국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들어있다.

조지훈 이태준 정지용의 글은 현재 잘 쓰지 않는 순우리말이나 한자가 너무 많아 지금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따라 출판사는 용어사전을 뒤에 첨부해 참조하도록 했다. 또 작가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인물의 약전도 실었다.

이 수필집은 앞으로 10권까지 출간될 예정인데 청소년뿐만 아니라 과거에 이들 작가의 작품을 읽었던 어른들이 다시 봐도 젊은 시절의 감상이 떠오르게 할 것 같다.

2003/11/27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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