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먹느냐는 말을 어느 지역에서는 “개 혀?”라고 한단다. 언어의 경제적 측면을 본다면 이만한 줄임 표현도 없다. 하지만 이는 거의 구어체에 한정된다. 문어체는 말의 품격을 고려하고, 나아가 다른 뜻으로 읽히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해야 하므로 줄임 표현이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요즘은 구어체와 문어체 간의 거리가 좁아지는 편이다. 문어체의 격식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는 본래 홀로 쓰이지 못하는 말이다. ‘무엇 때문에’처럼 앞에 체언인 ‘무엇’이 와야 제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이 점점 깨져 간다. 그것이 문두에 올 때는 주로 ‘이 때문에’ ‘그 때문에’ 등으로 써 왔는데, 아예 ‘이/그’를 생략하고 ‘때문에’만 쓰는 경우도 많다. 이 표현이 어법적으로 옳지 않다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별로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다. 이제는 너나없이 사용하는 말이 돼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힘들 정도다. 차라리 ‘때문에’가 문장의 첫머리에 올 때는 ‘그래서’와 같은 문장부사로 기능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꼴로는 ‘∼함에도 불구하고’가 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출근했다’를 줄여서 ‘휴일임에도 출근했다’로 쓰는 것이다. 이 역시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줄임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불구하고’가 불필요한 말이므로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기실 어법적으로만 따지면 ‘불구하고’를 생략하면 안 된다. 예컨대 ‘그는 몸살에도 불구하고 출근했다’를 줄여 ‘그는 몸살에도 출근했다’로 쓰면 어색하다. 그 이유는 ‘몸살에도’에 호응되는 술어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뒤에 있는 술어 ‘출근했다’와 호응시켰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주어인 ‘그는’과 호응된다. 따라서 ‘∼에도 불구하고’는 서로 붙어 다니는 일종의 숙어인 셈이다.
그러므로 ‘불구하고’를 생략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컨대 ‘그 때문에’를 줄여서 ‘때문에’만 쓰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나중에는 ‘그’를 넣으면 안 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