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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49157001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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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영어발음 제대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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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각계각층의 영어에 대한 열기는 가히 놀랄만하다.
그러나 부정확한 발음에 대한 무관심 또한 놀랍다.
현대사회에서 TV와 라디오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TV와 라디오 어나운서들 열명중 아홉명 정도는 예컨대 F자를 P자로 발음한다.
외래어,특히 영어의 발음을 정확히 해보려는 노력은 거의 포기해 버린 것 같다.
미국에서 대학원 교육을 받고,또 학위를 받은 후 미국대학에서 가르치며 10여년을 살다 온 나 같은 사람도,수십년 간 우리나라 TV와 라디오 어나운서들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살다보니,"포크 댄스(돼지고기 춤?)"같은 소리를 들어도 전혀이상하게 들리지 않게 됐다.
요즘엔 F자를 P자로 발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쓴 웃음을 짓게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외무부 장관을 지낸 변영태 선생이 50년대 말 서울상대에서 한동안 영어를 가르치신 적이 있다.
변 선생은 학생들에게,R자를 제대로 발음 하려면 "로마"를 "으로마"로 발음해 보라고 말씀해 준 기억이 난다.
우리 TV와 라디오 어나운서들의 대부분은 R자를 L자 같이 발음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fan"을 "팬"으로 쓸 수밖에 없는 현대 한글의 표기방식에 있는 것 같다.
1분1초를 다투며 긴장된 상태에서 방송하는 어나운서들은 자신들이 학생 때 어떻게 배웠든, 원고에 써 있는 대로 읽게 되는 것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28 글자로 된 한글을 만드셨다.
훈민정음 체계는 처음부터 외래어(주로 한자음)의 표기도 상당히 배려를 해서 만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그 중 4글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24 글자만을 사용한다.
이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가지고도 표기할 수 있는 소리가 9천여개에 달한다.
일본 글자가 표기할 수 있는 소리는 2백여 개에 불과하고, 중국한자가 표기할 수있는 소리도 5백개 밖에 안된다.
영어는 글자와 발음 사이에 1대1 대응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언어학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중 한글이 가장 과학적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문자시스템을 세종대왕께서 만드셨는데, 그 후손들이 너무 못나 외국어 표기를 외국사람들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방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글학자들이 모여 문제해결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서기 43년부터 4백여년 동안 잉글랜드를 식민지로 만들어 켈트족을 통치하던 로마군단이 물러가자, 라인강 하구와 덴마악 사이에 거주하던 앵글과 색슨족들이 몰려와 켈트족을 쫓아내고 잉글랜드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복자 윌이엄이 1066년에 잉글랜드를 정복하게 되자, 노어만 프렌취가 잉글랜드의 공용어가 되고,3백년 간 앵글로색슨 잉글리쉬는 무식한 농민들만이 사용하는 비공식 언어로 전락했다.
덕분에 남성-여성-중성의 어미변화 등 그 복잡한 저어먼 문법이 획기적으로 단순화됐다.
잉글리쉬가 다시 공용어가 됐을 무렵, 표기 방법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바이킹 언어, 프렌취, 이탤리언 라틴어 등의 영향으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는 잉글리쉬가, 단순화된 문법체계와 쵸오서-세익스피어 덕분에 한차원 높은 언어로 개량됐고, 급기야는 세계 공통 언어로서의 가능성마저 거론되게끔 됐다.
변화를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어와 한글도 한차원 높은 국제적 언어와 문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손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은 영어의 발음부호같은 "한글 발음부호"를 만드는 것이다.
영어사전을 보면 단어마다(이상한 모양을 한) 발음부호가 적혀 있다.
우리도 예컨대 "ㅍㅎ"혹은 "ㅎㅍ"같은 발음부호를 만들어 F자가 나타내는 소리로 읽자고 약속을 할 수 있다.
우선 방송용 원고를 작성할 때 외국어를 한글 발음부호로 표기해서 어나운서들에게 주면,"fax"가 "팩스"로 발음되는 것 같은 현상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중고교의 외국어 교과서도 한글 발음부호를 사용하면 국적불명의 발음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한글 발음부호"는 돈 안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우리국민의 외국어 구사 능력과정확도를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洪元卓 <서울대 경제학 교수>
2002/01/31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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