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거기 니주 나가시가 얼마야?”“이번 신은 후다리니까 슈팅 들어가면 개퍼는 주의하고…”
영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덧마루 길이가 얼마야`와 `이번 장면은 이인용 화면이니까 촬영시작되면 조명감독은 주의하고`이다.영화와 연극 제작현장에서 일본어와 영어의 남용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그러나 논의만 있었지,제대로 된 개선안은 만들지 못했다.문화관광부가 팔을 걷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문화관광부는 지난해 고려대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에 의뢰해,`연극·영화 용어 순화를 위한 기초연구`를 실시했다.
김교수팀은 8개월에 걸친 조사 뒤에 연극관련 용어 512개와 영화관련 용어 488개 등 모두 1000개의 외국용어를 순화대상으로 지적했다.근대문화가 일본과 연계돼 발전했던 탓인지 연극이나 영화계 모두 일본어의 영향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마티네(낮공연)``다치미(입석)``소데(무대사이)``입봉(등단)` 등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일본어투의 용어를 사용하는 관행이 이어져온 것이다.그러다가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과 미국식 비평의 확대로 조명이나 음향 등 기술적인 분야 외에도 영화관련 용어에 영어의 무분별한 사용이 두드러지고 있다.`러시(편집용 필름)``미장센(무대그림)``에튀드(즉흥연기)``펀치 라인(핵심대사)` 등은 굳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말로 대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김교수는 보고서에서 “현장에서 씌여지는 많은 영화은어들은 기술적인 측면에 치우친데다가 일본어와 영어를 된 것이 많아 일반인은 물론 영화학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며 “불필요한 은어를 적절한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문화관광부는 김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국어심의위원회를 열어 연극·영화 용어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