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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모욕과 목욕
우리 국어사전에 ‘모욕’이란 말이 없거나, 있어도 잘못된 말이라거나, 기껏해야 ‘목욕’의 옛말로 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모욕’을 더 자주 할 턴데 ….

우리말에 ‘모욕’이란 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자취를 더듬어 보자.

모욕: “浴: 모욕 욕”〈훈몽자회〉(1527)·〈광주 천자문〉(1575) 모욕감다(浴): 〈구급 간이방〉(1489)·〈본문 온역 이해방〉(1542) 모욕하다(洗操): 〈박통사 언해〉(1677) 들처럼 ‘모욕’이란 말이 있었다.

그때에 ‘목욕’(沐浴)이란 말도 없었을 리가 없다.

목욕감다(沐浴·浴): 〈월인천강지곡〉(1447)·〈소학언해〉(1588) 목욕하다(沐浴·浴浴): 〈소학언해〉·〈태평광기 언해〉(1600) 이상과 같이 ‘목욕’이란 말이 있음에도 굳이 ‘모욕’이란 말을 가르치고 썼다. ‘목욕’보다 ‘모욕’이 더 널리 쓰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沐浴’이란 것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이미 ‘모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사전에 ‘목욕’을 내세우는 것은, 마치 우리가 원시시대에 우리말 ‘(바위) 굴’에서 먼저 살았는데, 나중에 나온 한자 ‘窟’을 그 말밑인 양 우기는, 사전의 짓거리와 같다. 우리말을 없앤 무리들의 음모다. ‘목욕’이 없다고 ‘모욕’도 못하는 우리가 아니다.

사전을 모욕: 머리 감고 몸을 씻음.

목욕(沐浴)=모욕.

처럼 고치고, 우리말을 도로 찾아 ‘모욕’이라고 쓰는 것이 겨레의 도리다.

잘못은 우리 사전에 있다. 한자말로만 내세우지 말고 우리말로 내세울 말들을 찾아내어 쓰도록 길을 터 주자.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2004/03/21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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