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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82530955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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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안태용] 우리 말과 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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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이 위기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세계의 언어가 돼 버린 영어가 기승을 부리고 우리 언어가 낯선 영어 단어로 곤죽이 되어가고 있음을 볼 때 위기란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게다가 인터넷 게시판엔 때때로 무슨 말인지 도무지 해독하기 어려운 `외계어`까지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관광부가 서울대 민현식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국어 실력이 100점 만점에 29.8점에 불과하며 전체 평균 점수가 6년 전보다 40% 이상 떨어졌다니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전세계의 6000∼7000개 언어 중 매주 2개어 정도가 지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국어 실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이를 다듬고 보존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언젠가는 이런 기구한 운명에 처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을 것이다.
한국 말과 글에 대한 이 같은 위기감은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 일부 지각 없는 국민의 그릇된 언어활동, 인터넷 게시판, 거리의 간판과 광고물 등의 난삽한 용어가 우리 언어의 품위와 멋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말을 생소하고도 낯선 외국어 단어들, 그마저도 적절치 않거나 틀린 것들로 칠갑하여 이것이 과연 한국어인가 하고 의심케 한다.
무엇보다도 개탄할 일은 국민 계도의 중요 역할을 담당해야 할 텔레비전, 신문, 잡지 등이 국어 파괴 또는 외국어 단어 남용의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국어 사랑` `바른 말 고운 말` 쓰기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어에 좋은 표현이 있는데도 굳이 외국어, 주로 영어 단어를 마구잡이로 섞어 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텔레비전의 연예나 오락 분야가 가장 심하고 신문과 잡지도 경제, 문화, 오락, 스포츠 면이 그러하다. 텔레비전의 연예·오락 프로 제목은 거의 하나도 성한 것이 없고 가수들의 이름과 노랫말도 온통 외국어 단어 투성이다. 신문에는 `업그레이드 코리아` `랩 어카운트` `Money & Business` `슈퍼 로봇 애니 장르` `You & Me` `스팸 메일 차단 시스템` `원 스톱 시네마 천국` 같은 단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언어 파괴와 오염에 관한 한 영어의 죄가 크다. 영어에 대한 맹신과 학습 열풍이 그것이다.영어는 오늘날 명실공히 세계를 지배하는 전 지구촌의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3억8000명에 달하는 인구가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있고 전세계 인구 중 10억명이 이를 배우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등에 업혀 영어는 이제 국제사업·정치·외교의 언어이자 컴퓨터·인터넷 언어로 부상해 있다.
하나 세계의 모든 나라가 영어의 밀물에 휩싸여 자국 언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전 우익정부의 `문화·불어 장관` 자크 투봉은 1990년대 중반 불어에서 외국어 표현을 없애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불어의 수호자인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들은 요즘도 언어 관련 법을 마련키 위한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독일도 뎅글리시(독일 영어)의 확산을 막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3년 전에 이미 `독일어연구소`는 도이체 텔레콤에 CityCall,HolidayPlusTarif 같은 `기이한` 단어 사용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작년에는 볼프강 크라머라는 교수가 신문에 실린, 한 디자이너의 영어를 인용한 글에 격분하여 `독일어보호학회`를 창립했다. 중국은 홍콩에 광둥어를 보급하려 서두르고 있고 인도도 일각에서는 영어를 여전히 `제거해야 할 식민주의 탄압의 유산`으로 보고 있다. 자국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나라는 대서양 북부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다. 이들은 영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쓸 만한 단어를 찾아냄으로써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엄을 지켜가고 있다.이를 테면 영어의 AIDS 대신 alnaemi를,computer 대신 toelva를 쓰고 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말과 글이 우리 정체성과 문화 그 자체라는 점이다. 한국어는 한국의 특징이며 개성이다. 한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경쟁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의욕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데 여기에 첨부해야 할 말이 있다.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언어 쇄국주의로 나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가피한 외국어 단어는 받아들이되 이것은 우리 국어를 발전시키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영어를 배우지 말자는 것도 아니다. 국어를 제대로 알면서 영어까지 잘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2002/02/08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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