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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찍개와 호치키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무용품의 하나인 ‘호치키스’는 이젠 무슨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이 말은 미국인 발명가 이름을 따서 지은 상표 이름으로, 원래 말은 호치키스 페이퍼 패스터너(hotchkiss paper fastener)다. 보통 이를 ‘스테이플러’라고 한다. 이를 직역하면 ‘꺾쇠(거멀못)로 매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물건은 꺾쇠 모양의 단단한 철사못을 여러 장의 종이에 눌러 박아 한덩이의 묶음으로 만드는 간단한 연장이다. 몇 해 전에 국어심의회에서는 ‘(종이) 찍개’라는 말로 다듬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찍개’도 좋지만 ‘박음쇠’도 괜찮을 듯하다.

이처럼 밖에서 들어온 상품의 회사나 발명가의 이름을 제품 이름으로 쓰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있는데, 이는 고쳐서 제대로 써야 할 것이다. ‘클랙슨’(klaxon)은 ‘경음기’로, ‘바리캉’(프, bariquant)은 ‘이발기’, ‘포클레인’(poclain)은 ‘삽차·굴착기’ 따위로 고쳐 쓰면 좋겠다.

새말을 만들 때 중국이 외래어를 차용하는 과정도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가령 자국어와 외국어의 음상을 고려하여 자동차 ‘볼보’(volvo)를 ‘부호’(富豪)로, ‘코카콜라’(CocaCola)를 ‘가구가락’(可口可)으로, ‘펩시콜라’(PepsiCola)를 ‘백사가락’(百事可) 따위로 고쳐 부르는 것이 썩 흥미롭다.

어떤 물건이든 국내로 들어올 때는 그 이름도 함께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런 말들이 널리 퍼지기 전에 다듬은 말을 미리 제시해 준다면 국적 불명의 외국어나 불필요한 외래어도 어느 정도 다듬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용기/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2004/03/30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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