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쌕쌕이에 몰빵 질러야 합니다. 지금은 메사끼가 필요없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초보 주식투자가 김대리는 얼마전 증권회사 영업직원의 이같은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비록 잡주지만 며칠 있으면 점상으로 갈거야. 내 모찌도 실어놨어. 너도 쫀칭붙어라. 내가 마바라가 아니란 건 너도 잘 알지”, “그럼 내 왕건이 걸 좀 뺑뺑이 돌릴게. 그런데 그거 주포가 어디야. 또 어디까지 땡긴데”. 이는 증권회사 직원들이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해 주고받은 대화다.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국적불명의 증권관련 은어나 속어들이 횡행하고 있다. 증권가에 은어들이 통용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스턴트 메신저가 보편화되면서 은어들이 더욱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증권가 관계자들은 전한다. 철저한 보안유지를 위해 특정인만 알아들을 수 있게 `그들만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증권가 은어들과 그 뜻은 이렇다. 마바라는 뇌동매매를 일삼는 투자자를 의미하며, 메사끼는 주식흐름을 재빨리 파악하는 감을 뜻한다. 또 몰빵은 한 종목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말하며, 주포나 주인은 특정종목을 가장 많이 매수한 투자자를 뜻한다. 모찌는 증권회사 직원의 개인계좌를 가리키며, 쫀칭은 작전세력에 동참하는 소액투자를 말한다. 이와함께 점상이나 빨간똥침 등 연속상한가나 당일상한가를 뜻하는 말도 있으며, 거액투자자이면서도 잦은 매매를 하는, 증권회사 직원들이 가장 반기는 고객을 뜻하는 왕건이란 말도 있다. 종목들에 대한 별명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를 가리켜 쌕쌕이, 하이닉스반도체를 하닉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와관련, 증권가 관계자들은 “더 늦기전에 증권은어를 전 증권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