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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불출

비행장 출구 옆에 공항이용권 ‘불출처’가 있고, 아파트에도 쓰레기 ‘불출처’, 입주할 때는 열쇠 ‘불출처’가 있다. 젊은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불출’은 일본말이니까, 쓰레기 ‘버리는 데’, 열쇠 ‘받는 데’나 ‘주는 데’라고 하라고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나이 든 주택조합장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만 한다.

생소한 말을 어떻게 알고 쓸까 하고 사전을 찾아 보았다. 우리 국어 사전들에 ‘불출’(拂出)이 올라 있다.

중국 〈중문대사전〉과 일본 〈대한화사전〉에도 없으니 한자말이 아니다.

일본 국어 사전들에 ‘하라이다스’(拂い出す)가 있다. 이것을 보고 우리 국어 사전장이들이 일본에도 없는 왜말 ‘拂出’을 만들어 낸 것이다.

‘拂’[불]에는 그런 뜻이 없는데 웬일일까 일본 〈대한화사전〉의 ‘拂’[불]자 풀이 끝에 “[일] 하라우(はらう), 支拂”이라는 것이 붙어 있다. 이것은 일본에서만 ‘치른다’는 뜻을 붙여 쓴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우리와는 상관이 없어서 장삼식 〈대한한사전〉(1964)에는 없는데, 동아 〈한한대사전〉(1982)에 “[한] 치르다. 支拂”이라고 일본 것을 그대로 옮겨 넣어, 마치 우리도 그러는 양하여,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임을 자처하는 것과 같이 해 놓았다.

그리하여, 우리 한자 사전에 한자말도 아닌 ‘拂出’을 국어 사전에서 베껴 넣은 것을 합리화했다.

그래서 〈우리말큰사전〉(1992)에 “拂出[일, 불출]:→지급”이라고 하여 ‘불출’은 일본말이니까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 〈표준국어대사전〉(1999)에는 다시 “불출(拂出):돈이나 물품을 내줌”이라고 되살려 놓았다.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나타낼 수 있고, 교부(交付)라는 것도 있는데, 무슨 짓들인가.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2004/04/11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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