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로 쓰면 보통 ‘붙여서 쓴다’고 생각하고 토박이말로 쓰면 흔히 ‘띄어서 쓴다’고도 생각합니다.“길게 내는 소리”와“짧게 내는 소리”를 적는다고 해 보아요. 한자로 ‘장음(長音)’과‘단음(短音)’으로 쓰는 일은 아무렇지 않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토박이말로‘긴소리’와 ‘짧은소리’를 쓰면 어쩐지 안 알맞다고도 느껴요.
‘긴소리’와‘짧은소리’는 한 낱말인데도요.
우리 나라 낱말책은 얼마나 우스운지 ‘롱스커트(long skirt)’와‘미니스커트(mini skirt)’를 덜컥 올림말로 올려놓습니다.
토박이말로는‘긴치마’와 ‘깡동치마’를 올려놓고요.
하지만 ‘짧은치마’만은 한 낱말로 삼지 않고 ‘짧은 치마’로 써요. “길이가 깡동한” 치마도 입지만 “길이가 짧은” 치마를 더 즐겨 입는 우리들이에요. “길이가 긴” 치마가 ‘긴치마’라면“길이가 짧은” 치마는 ‘짧은치마’여야 알맞습니다.
거리가 멀 때는 흔히 ‘장거리(長距離)’라 하고 거리가 멀면‘단거리(短距離)’라고 해요.
이때는 ‘먼거리-긴거리’와‘가까운거리-짧은거리’로 쓰면 어떨까요. 한자를 앞뒤에 붙여서 새말을 짓기만 하지 말고 토박이말로도 새말을 지으면 좋겠어요. 한자만 붙이지 말고 토박이말도 붙여서 쓰도록 말법을 풀어 주면 좋겠어요.
국어기본법도 바탕은 우리 말글 살림을 살찌우고 북돋우는 쪽이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자유롭게 토박이 새말을 지을 수있는 기틀을 닦아 주어야 해요.
국어기본법은 우리들이 살아가며 새로 짓거나 꾸미는 낱말을 새말로 받아들이고, 새말을 쉽고 널리 지을 수 있도록 연장을 마련하는 법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장발(長髮)’과 ‘단발(短髮)’로 머리를 만질 수 있으나 ‘긴머리’와‘짧은머리’로도 만질 수 있어요. ‘장문(長文)’과 ‘단문(短文)’,‘장편소설(長篇小說)’과 ‘단편소설(短篇小說)’만 쓰란 법이 어디 있나요. ‘긴글’과 ‘짧은글’을 쓸 수 있고 ‘긴소설’과 ‘짧은소설’을 쓸 수있습니다. ‘장기간(長期間)’은 ‘오래’라 하면 좋고 ‘단기간(短期間)’은‘잠깐’으로 쓰면 알맞아요. 살아가며 말을 하고 글을 쓰다 보면‘장(長)-단(短)’을 안 쓸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 ‘길다-짧다’로 더 아름답고 알뜰하게 말하고 글 쓸 수 있고 가르치면 훨씬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