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연구원의 어문규정 준수여부 조사는 한마디로 우리 국어가 얼마나 왜곡된 채 한자 및 외래어에 잠식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와 문화관광부조차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국어를 오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부끄러운 국어사용’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엉터리 표현=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가 잘못 사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우선 맞춤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ㄹ게요,ㄹ거야’가 자주 지적됐다. ‘도와드릴께요’‘사랑할꺼야’는 ‘ㄹ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더라도 예사소리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도와드릴게요’‘사랑할거야’로 표기해야 옳다. 어미 ‘∼습니다’와 ‘∼음’이 붙는 것도 자주 틀리는 경우다. 예를 들어 ‘밝혀졌읍니다’는 ‘밝혀졌습니다’의 잘못된 표기이고 ‘요구되고 있슴’은 ‘요구되고 있음’으로 적어야 한다.
‘서슴다’와 ‘왠지’도 틀리기 쉬운 경우다. ‘불법주차를 서슴치 않는 운전자들’에서 ‘서슴치’는 ‘서슴지’로,‘오늘은 웬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에서 ‘웬지’는 왜인지의 준말인 ‘왠지’로 각각 바꿔 적어야 옳다.
표준어 규정에 어긋난 예로는 ‘먹거리’를 들 수 있다. ‘고향처럼 푸근한 향수의 먹거리로…’에서 ‘먹거리’는 ‘먹을거리’의 잘못이다. 또 우리가 시적인 표현으로 자주 사용하는 ‘내음’은 표준어 ‘냄새’의 방언이다. ‘입맛을 돋구다’에서 ‘돋구다’는 ‘돋우다’가 맞는 표현이다. ‘돋구다’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의 의미로만 쓰인다. 또 빈 자리를 채우다는 뜻의 ‘메꾸다’는 ‘메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부정확한 어휘를 사용한 경우로는 ‘다시 활기를 띄게 될 것이고’에서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띠다’를 써야 한다. 또 ‘깨우친 후에야…’에서 이치 따위를 깨달아 안다는 뜻의 말은 ‘깨치다’이므로 ‘깨친 후에야’로 쓰는 것이 옳다.
◇정부기관 홈페이지 관리실태=교육인적자원부의 경우 홈페이지 총괄운영은 웹마스터 1명이 맡고 있다. 때문에 일일이 자료의 어문규범 준수 여부를 점검하거나 교열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국회 홈페이지는 2명의 직원이 관리하고 있으나 홈페이지에 오르는 자료가 워낙 다양해 모든 자료를 일일이 검토할 수 없고 각 부서들이 어문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해 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직원 3명이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으나 교열을 전담하는 사람은 없다.
총리실 정보담당 관계자는 “어법상 틀린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겠지만 현실적으로 게시물을 일일이 검토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