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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용천과 룡천
말 첫머리에서 발음되는 ‘ㄹ’ 소리는 우리말 음운구조 탓에 제약이 있는데, 이를 머리소리법칙 곧 두음법칙이라 한다.

‘ㄹ’이 첫머리에 오지 못하고 ‘ㄴ’으로 바뀌거나 소리가 아예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ㄴ’으로 바뀌는 경우는 ‘락원’이 ‘낙원’으로 바뀌는 것처럼 ‘라·로·루·르·래·뇌’ 등이 ‘나·노·누·느·내·뇌’로 바뀌는 것이다. 소리가 없어지는 경우는 ‘량심’이 ‘양심’으로 바뀌는 것처럼 ‘랴·려·례·료·류·리’가 ‘야·여·예·요·유·이’로 바뀌는 것이다. ‘량심·력사·례의·룡궁·류행·리발’ 등이 ‘양심·역사·예의·용궁·유행·이발’로 발음되는 것이 그 보기다. 발음이 이러니 표기도 그렇게 하도록 한글 맞춤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북녘의 표기법에서는 이런 발음상의 두음법칙에 관계없이 원래의 소리대로 적도록 했다. 따라서 위에서 보인 ‘량심·력사·례의·룡궁·류행·리발’을 그대로 적고 있다. ‘라진’이라는 땅이름, ‘량홍배’라는 사람이름, ‘로동신문’이라는 출판물이름 등의 표기가 바로 그 보기다. 그런데 이런 북녘의 고유명사를 우리 문서에 표기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남녘의 규정은 이들 표기도 한글 맞춤법에 맞추어 ‘나진·양홍배·노동신문’으로 표기하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 열차폭발로 엄청난 불행을 겪은 곳의 표기를 북에서는 ‘룡천’으로, 남에서는 ‘용천’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남녘의 모든 신문은 이 규정에 따라 ‘용천’으로 적고 있다. 남녘 출판물에서 ‘룡천’으로 표기하는 것은 바른 표기가 아닌 까닭이다. 물론 북녘의 표기를 그대로 따올 필요가 있을 때는 당연히 ‘룡천’, ‘로동신문’과 같이 따옴표 따위를 넣어 표기할 수 있다.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

2004/05/10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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