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한번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어느 사회자가 “아나운서만의 노하우”라고 말하는 대목을 듣습니다. ‘노하우(knowhow)’는 ‘재주, 솜씨, 기술, 비법, 비결’ 같은 말로 바로잡아야 하는 말입니다.
“특허를 안 받았으나 어떤 일을 아주 잘해낼 수있도록 하는 정보나 경험”을 가리키는 ‘노하우’는 ‘들온말’이 아닌 외국말입니다. 신문, 방송, 학교 어디서든 아이들 앞에서 쓰지 않아야 좋을 말입니다.
지난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백화점에서 물건을 샀습니다. 백화점 직원은 아버지에게 “어떻게 해 드릴까요” 하고 물었고 아버지는 “한 번에 해 줘”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한 번에’라는 말은‘일시불(一時拂)’을 가리키는 셈이더군요.
요즘은 물건을 사거나 어떤 시설을 쓸 때 흔히 카드로 돈을 치릅니다. 그렇게 카드로 돈을 치를 때는 그 자리에서 모두 낼 수도 있고, 여러 달에 걸쳐서 나누어낼 수도 있어요. ‘일시불(一時拂)’은 몽땅 그 자리에서 내는 셈이고‘할부(割賦)’는 여러 번 나눠서 내는 셈이에요. 그러니까 카드로 돈을 치를 때‘한 번에’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모든 돈을 다 치르는 셈”이고 ‘(두 달에/석 달에/넉 달에/닷 달에) 나눠서’라고 하면 “여러 달에 걸쳐서 돈을 다 치르는 셈”입니다.
요새는 아파트를 참 높게 짓습니다. 그래서 승강기를 타고도 한참 올라가야 끝층에 다다라요. 우리 부모님이 사는 곳도 퍽 높은 층에 있습니다. 흔히 그런 층을 ‘고층(高層)’이라 하네요. 층수가 낮으면 ‘저층(底層)’이라 하고요. 그런데 “높은 층에 있으”니 ‘높은층’이라 하고 “낮은 층에 있으”니‘낮은층’이라 하면 어떨까요. 학교에서도 학년이 높으면 ‘높은 학년’, 학년이 낮으면 ‘낮은 학년’ 하듯 말입니다.
<한겨레> 4월28일치에 “아이들이 노무현 대통령 아저씨한테 보내는 바람들을 큰 도화지에 적어 들어 보이고 있다”라는 대목이 있네요. “어떤 일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인 ‘바라다’를 흔히 ‘바래다-바램’으로 잘못 씁니다. ‘소원(所願)’이 뭐냐고 묻기도 하는데 이때는 ‘바람’으로 바르게 쓰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