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82475685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분수대] 나바호 인디언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지난달 21일 `세계 모어(母語.mother language)의 날`을 맞아 "전세계 6천5백28개 언어 중 절반이 타민족의 억압과 유력한 언어의 흡인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가 "한 언어가 사라지면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을 이해하는 도구 하나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고 경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쓰이는 언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인도의 코끼리 조련사들이 코끼리를 다룰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힌두어는 물론 인도 내 많은 소수민족들이 쓰는 어떤 말과도 다른 독특한 언어여서, 5만년 전 혈거(穴居)시대의 인류가 처음으로 코끼리를 길들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쓰던 말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수백종에 달하던 미국 원주민(인디언) 언어가 지금은 1백50여종만 명맥을 잇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 나바호족의 언어는 2차 세계대전 때 암호로 이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적국이 해독할 수 없는 암호를 연구하던 미군이 나바호어에 주목한 것은 우선 문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1930년대 말 나바호족은 약 5만명이었다. 이들 외에 나바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미국인은 불과 28명이었는데, 다행히 일본, 독일계는 한명도 없었다. 게다가 나바호어는 전쟁 전 독일 언어학자들이 연구한 적도 없었다.

군 당국의 설득으로 42년 입대한 나바호족 청년 29명은 4백11개 나바호어 단어로 구성된 암호체계를 개발했다.

전투기는 `벌새`, 군함은 `고래`, 잠수함은 `쇠물고기`, 탄약은 `모든 종류의 조개껍질`, 오스트레일리아는 `챙이 말린 모자`였고 중국인은 `땋은 머리`로 이름붙여졌다.

태평양 전선에 집중 배치된 나바호족 암호병은 2차 세계대전 말 4백20명으로 늘었지만 이들의 `대화`를 일본군은 패전 때까지 해독하지 못했다.

9.11 테러 후 미국에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풍조가 이는 가운데 최근엔 미 의회가 나서서 나바호족 참전군인들에게 무더기로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나바호족은 인구 20만명으로 미국 내 인디언 보호구역 가운데 최대규모다.

나름대로 수천년에 걸쳐 종족의 생사와 희로애락, 애틋한 사랑까지 담아왔을 어엿한 `모어`가 강자(영어사용자)의 전쟁에서 암호 역할이라도 해야 살아남게 된 세태가 씁쓸하다.

2002/03/19 중앙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209 [횡설수설]홍찬식/한자 문맹 2002/04/10 동아일보
208 다시 불붙은 ‘漢字논쟁’ 2002/04/10 국민일보
207 전직 교육부장관 13명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 필요" 2002/04/09 동아일보
206 R 발음이 별것인가 2002/04/09 국민일보
205 <남북한 과학기술 용어 큰 차이 없어> 2002/04/05 연합뉴스
204 KOWOC 소식지 오류 눈살 2002/04/03 연합뉴스
203 "두븐째로", "똥그라미를" 2002/03/29 한국일보
202 경마장은 일본어 천국? 2002/03/29 스포츠투데이
201 "버라이어티쇼 진행자 발음 `부정확`" 2002/03/27 연합뉴스
200 [분수대] 나바호 인디언 2002/03/19 중앙일보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