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버스를 타고 서울 효자동을 지나 가다가 ‘보석사랑’이라는 가게를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 지 퍽 오래되어 보이는 곳인데 가게 이름이 남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보석이름을 살피면 토박이말로 된 이름이 거의 없고 보석을 다루는 회사 이름도 토박이말로 안 짓기 마련이거든요. 이런 가운데 보석을 사고파는 가게이름으로 ‘보석사랑’이라 했으니 눈에 띕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흔히 ‘기고만장(氣高萬丈)’한 모습을 보입니다. “높은 기운(氣高)”이 “만 길이다(萬丈)”라는 뜻으로 “아주 우쭐거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보다 나이도 많고 힘도 세고 돈도 있고 손재주도 좋고 말재주도 좋으니 철부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기고만장’한 모습을 보이겠죠. 살다 보면 누가 누구에게 ‘콧대가 세’거나 ‘콧대가 높’을 수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콧대가 센(높은)’ 모습은 썩 달갑지 않습니다. 아이와 어른은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마주하면 좋겠어요.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둘레에 있는 다른 어른에게도 ‘콧대 센(높은)’ 모습은 버리면 좋겠습니다.
“저들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한삶의 아들딸들이니라.
저들은 너희를 거쳐서 왔으나 너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요, 또 저들이 너희와 같이는 있으되 너희 것은아니다” (<예언자> 칼릴 지브란/함석헌 옮김, 삼중당, 1964)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글귀에서 보듯 우리는 ‘아들딸’이라는 말을 흔히 쓰고 ‘남녀’라는 말을 곧잘 씁니다. 요즘은 왜 ‘남녀’라고만 쓰느냐, ‘여남’이라고도 쓸 수 있지 않느냐 해서 ‘여남평등’을 말하기도 해요.
‘아들딸’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꼭 아들만 앞에 나오란 법이 없으니‘딸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딸을 먼저 낳았으면 ‘딸아들’이라 하고 아들을 먼저 낳았다면 ‘아들딸’이라 하면 어떨까요.
저는 ‘부모(父母)’라는 말과 함께 ‘어버이’라는 말과 ‘아버지어머니(어머니아버지)’라는 말도 자주 씁니다. ‘父母’라는 말이 “아버지+어머니”를 뜻하는 말인 까닭에 말 그대로 그냥 ‘아버지어머니’라 쓰기를 더 좋아하고, 가끔은 앞뒤를 바꿔‘어머니아버지’라고도 써요. 어린아이들이라면 ‘아빠엄마’나 ‘엄마아빠’라 할 수도 있겠군요. 꼭 ‘아들딸’이어야 하지는 않으며 반드시 ‘부모’라야 하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