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한글로 풀어쓰면 아이들도 깊은 뜻 쉽게 알텐데… 제주도로 혼인 나들이를 갔을 적 일입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 아저씨가 문득 “사람들이 돈만 만지면 ‘게나 고동이나’ 다 차를 굴리려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개나 소나’라는 말처럼 “너도나도 할 것없이 나선다”는 뜻이라는군요. 가만가만 생각해 보니 바닷가에서는 ‘게’와‘고동’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짐승 ‘개’와 ‘소’보다는요. 그러니 뭍사람과는달리 ‘게나 고동이나’ 같은 재미난 말을 쓰겠다 싶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쓴 글을 묶은 학급문집을 보니 “꽃을 꺾었다. 그런데 꽃 이름은 개나리꽃이다. 너무 예뻐서 꺾었는데 꽃은 꺾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안수빈, 부천 약대초, 1988)”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이는 “꽃에 붙은 이름”을 ‘꽃이름’이라고 말합니다. 낱말책에는 이런 말이 없으나 우리는 “꽃에 붙은 이름”은 말 그대로 ‘꽃이름’이라고 말하고요. 이가 하얀 사람이라면 ‘흰이’를 가졌다고 하겠죠.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흔히‘백치(白齒)’를 말해요.
낱말책을 보면 ‘백치’는 ‘호치(皓齒)’와 같은 말이라 풀이하고 ‘호치’는 “희고 깨끗한 이”라고 풀이합니다. 처음부터‘흰이’라 했으면 얼마나 쉽고 좋을까요.
새만금 살리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라도 변산에서 서울까지 왔습니다. 두 다리만 믿고 걸어서 왔습니다. 그것도 그냥 걸어 오지 않고 절을 하며 왔어요. 절도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면서 왔어요. 스스로 힘겨움을 겪으며 왔어요. 이일, 새만금 살리기를 바라며 전라도 변산에서 서울까지 온 일을 가리켜 어른들과언론에서는 ‘삼(三)보(步)일(一)배(拜)’라고 말합니다.
‘삼보일배?’ 음.
글쎄.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알아들을 수 있겠어요. 아이들에게 ‘삼보일배’를 손쉽게 말씀드릴 수 있는가요? 뜻이 좋고 일은 훌륭하지만 말이 너무 어렵습니다. ‘삼보일배’라 한 뒤 “세걸음 걷고 한 번 절한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운동이름을 “세 걸음에 절 한번” “세 번 걷고 절 한 번” “절 한 번 세 걸음”처름 했다면 좀더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