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가족과 교외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녀석이 공사장에서 일하는 기린같이 생긴 건설기계를 발견하고 "아빠, 저건 굴삭기가 맞아요, 아니면 굴착기가 맞아요?"하고 물어봤다.필자는 수년 동안 홍보업무를 하면서 기계 제조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굴삭기라는 용어로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각 언론사에 제공해왔다. 그러면 기자들은 굴삭기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부류와 굴착기로 바꿔 사용하는 부류로 크게 나뉜다. 심지어 어떤 사회부 기자는 유럽의 건설중장비 회사 이름인 포크레인을 건설기계 이름으로 잘못 알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과연 굴삭기와 굴착기 중 어떤 것이 비교적 합당한 명칭일까.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간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굴삭기와 굴착기의 의미를 `땅이나 암석 따위를 파거나 파낸 것을 처리하는 기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며 굴삭기는 굴착기로 순화됐다고 설명해놓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굴삭기와 굴착기를 동일한 기계로 잘못 정의하고 있는데 필자의 의견으로는 현실에 맞게 올바르게 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단어를 구성하고 있는 한자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쉽게 파악할 수있다. 굴삭기(掘削機)라는 단어는 일본이 영어의 `excavator`를 번역할 때 채택한 일본식 한자어로 우리나라가 그대로 도입해 통용하고 있는 것이다.
굴(掘)은 `파다`의 뜻이고 삭(削)은 `깎다`, 착(鑿)은 `뚫다`를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굴삭기는 땅을 파거나 깎을 때 사용하는 기계이고 굴착기는 땅이나 암석을 파거나 뚫을 때 사용하는 기계를 가리킨다. 건설기계는 뚫기보다는 파고 깎는 데 주로 사용되므로 굴삭기라는 명칭이 적절하다.
건설기계관리법과 국가기술자격법ㆍ자연재해대책법 등 6개 국가법령에도 굴삭기로 명시돼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앞으로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는 기린과 같은 모양을 한 건설기계는 굴삭기로 명칭을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