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비옷, 밤버스 밤에 다니는 열차나 버스를 가리켜 ‘야간열차(夜間列車)’와‘심야버스(深夜bus)’라 합니다. 그러면 ‘야간(夜間)’과 ‘심야(深夜)’는 무얼 뜻할까요.
조금 움직이는 일을 ‘미동(微動)’이라 하고 흔들리며 움직이는 일을‘진동(振動)’과 ‘요동(搖動)’이라 합니다. 모두 엇비슷한 ‘움직임’이요‘흔들림’이지만 좀처럼 ‘움직임-흔들림’이라 안 쓰는군요. 말 그대로‘움직이’고 ‘흔들린’다고 말하면 더 나을 텐데요.
“냄새가 진동한다”는“냄새가 코를 찌른다(많이 난다)”로 쓰면 좋습니다. 공격을 해야겠는데 공격할 길이 없을 때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튼튼하게 잘 지킨다는 뜻이에요. 워낙 튼튼하니 ‘난공불락’이라 할 수도있어요. 그런데 “튼튼하다-어쩌지 못하다-건드리지 못하다-두 손 들다-손도 못대다” 같은 말을 써 보면 어떨까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습니다. 하지만 ‘우의(雨衣)’를 입거나 ‘우비(雨備)’를 갖추는 분들도 적지 않군요. 그래도 ‘레인코트(raincoat)’까지 안 입으면 다행인지 몰라요. “비가 오”기에‘비옷’을 입습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요, “비가 와서 신는 신”이라면‘비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비가 내린 부피를 재며‘강수량(降水量)’이나 ‘강우량(降雨量)’을 말합니다만 ‘비온양(부피)’이라 해도 좋을 테고요. 마찬가지로 ‘눈온양’을 쓸 수도 있습니다.
‘야간’은 ‘밤’이며 ‘심야’는 ‘깊은 밤’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타는 버스는 ‘심야버스’가 아닌 ‘(깊은) 밤버스’이며 ‘야간열차’ 아닌‘밤열차’예요. 둘을 아울러 ‘밤차’고요. 우리가 때를 말할 때‘새벽-아침-낮-저녁-밤’이란 말을 쓰듯 다른 낱말과 붙여서 쓸 때도 널리 쓰면 좋겠어요. 밤에 하는 일이라면 ‘밤일’로. 밤을 새서 일을 하면 ‘밤샘일’로 말이죠. 밤에 가볍게 무얼 먹는다면 ‘밤참’쯤 써도 좋겠죠.
‘야근(夜勤)-철야(徹夜)-야식(夜食)’보다는 ‘밤일-밤샘(일)-밤참’이 쓰기에 훨씬 나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