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면 익히 알고 연속극에서도 심심찮게 들리는 말입니다. 영화이름으로도 있었고요. 어른들은 ‘편지’보다 ‘레터(letter)’가더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까지 ‘러브레터(love letter)’를 말하고 들려주는 일은 썩 안 좋겠지요. ‘연애편지(戀愛便紙)’라고도 쓰는데 다른 말은 없을까요? 저는 보통 ‘사랑편지’를 쓴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짝에게도 쓰고 사랑하는 벗에게도 쓰며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에게도 써요. 그래서 ‘사랑편지’라고하는데 어떤지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쓴 일기를 보니 “엉덩이 있는데에 구멍이 있어서똥구멍이 다 보였읍니다” 하는군요.
‘똥구멍’이라. “똥을 내보내는 구멍”이니‘똥구멍’이에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똥구멍’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요. 더 나아가 아이들이 ‘똥구멍’이라고 말하면 더럽다고 손사래치며 다른 말로 쓰게 시키고 이끌어요. ‘항문(肛門)’이라는 말로 말입니다. 낱말책을 뒤져 보니 ‘항문’을 “고등 포유동물의 소화기 말단에 있는 구멍”라고 풀이해놓네요.
어떤가요.
알아들을 만한 말인가요? ‘항문’이라 쓸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쉽게 쓰는 ‘똥구멍’으로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콧구멍이고 숨구멍이고 바늘구멍이고 땀구멍이거든요.
우주에 있다고 하는 구멍도‘블랙홀(black hole)’과 ‘화이트홀(white hole)’이 아닌 ‘검은구멍’과‘하얀구멍’입니다.
엊저녁에 빨래를 하고 밖에 내다 걸다가 그만 놓쳐서 땅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아이고야. 애써 빤 빨래를 떨어뜨려 흙칠을 해 버렸으니 얼마나 아깝던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다 빤 빨래를 떨어뜨리다”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다 된밥에 재 뿌리다”와는 조금 다르지만, 애써 한 일을 망치거나 잘못되게 한다는 뜻은 비슷하리라 봐요.
살아가며 문득 떠오르고 생각나서 쓰는 말인데, 낱말책에는 없어도 우리들이 즐겨 쓸 수 있는 말이에요. 아이들도 이런 말을 곧잘 쓰겠죠 아이들 삶과 생각이 잘 묻어난 말을 살려서 재미나게 말하는 일도 좋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