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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어휘 풀이
[함초롬한우리말](92) 물스키

“수상스키 대신 물스키 안돼요?” 아이에게서 훌륭한 새말이 톡톡 부모님 댁을 다녀오는 버스 안이었습니다. 제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어머니가 조용히 하라고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둘이서 찧고 까불고 장난이 한창입니다. 그러던 아이들은 “물 위에서 타는 스키”가 무엇인가를 두고 말다툼을 벌입니다. 한 아이는 “물에서 타니까 ‘물스키’야” 합니다. 다른 아이는 “수상스키란 말야” 하고 다툽니다. 그러다가 두 아이는 어머니에게 뭐가 맞느냐고 묻습니다. 이때 어머니 말하길 “떠들지 말고 가만히 좀 있으라고 했지”. 애 어머니는 버럭소리를 지르고 잡니다.

지난 5월 26일치 <한겨레> 25쪽을 보면 “우연히 ‘미국에서 힐리스(바퀴신발상표) 유행’ 이란 2단짜리 신문기사를 봤다”란 대목이 있습니다. 이 말에 이어“큰 개를 기르던 할머니였는데 걷기가 힘들었는지 바퀴신발을 신고는 개썰매를 타듯 다니더군요” 하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은 어린아이들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바퀴가 달린 신발’을 즐겨 신습니다. 어디를 가도 도르르르 굴러 가는 신발을 신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요새 즐겨 신는 이 신발은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미국에서 나온 물건이름은 ‘힐리스’라고 하는군요. 이 신발을 들여온 회사는 다른 나라 물건을 들여온 만큼 ‘힐리스’라고 가리킬 테고 우리도 이 말을 널리씁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신문기사를 다시 한 번 보세요. 이 신발을 들여온 사람이 하는 말에도 나오듯 ‘바퀴신발’이라는 말을 써도 좋겠더군요. “바퀴가 달린 신발”이니 말 그대로 ‘바퀴신발’이라고 말입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제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끝내 ‘물스키’가 맞는지‘수상스키’가 맞는지 끝을 보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좀더 아이들에게 눈길을 두었다면 ‘물스키’도 맞고 ‘수상스키’도 맞다고, 어머니가 생각하기에“물에서 타는 스키”니 ‘물스키’로 할 때 더 알기 쉽고 좋은데‘수상(水上)’이라는 한자를 써서 ‘수상스키’로도 쓰는구나 하고 가르쳐 줄 수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살갑고 살뜰히 쓰는 좋은 말을 어머니 아버지가 잘붙잡고 이끌면 아이들 머리에서 훌륭한 새말이 톡톡 튀어나옵니다.

최종규/책만드는이

2003/06/29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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