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분단이 반세기를 넘어서면서 남북 언어의 이질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면서도 서로 절반의 언어를 차지하고 살아왔다. 인간의 모든 언어는 널리 익혀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외국어도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마당에 같은 언어를 쓰는 한 민족의 언어를 빌려와 쓰는 일은 전혀 부끄러운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의 생활 용어 속에 외국어와 외래어의 빈도 수가 근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다듬어진 북한의 어휘들을 적극적으로 빌려와 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하다 보면 언어의 동질화를 통한 민족공동체 회복의 날이 자연스레 도래하지 않을까?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얼음과자(아이스케이크)’ ‘손기척(노크)’ ‘끌신(슬리퍼)’ ‘물맞이칸(샤워실)’과 같은 말은 얼마나 그럴 듯한 우리말식 표현인가. 화물선을 ‘짐배’라고 부르고 홍수를 ‘큰물’이라고 쓰면 무어 손해볼 게 있겠는가.
분단 이후 우리는 ‘인민’ ‘동무’ ‘붉은 깃발’과 같은 말을 의식적으로 잊어버려야 했으며, 한때는 ‘원양어업’보다 북한에서 쓰는 ‘먼바다 고기잡이’가 낫다고 가르친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감옥에까지 가는 뼈아픈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아파트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랜드로바를 신고 대형 할인 마트로 가 쇼핑을 하고 주말에는 위크앤드를 입고 교외의 가든과 모텔을 이용하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를 물어 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