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체제를 거치는 사이,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이 늘어나면서 이것만을 사들여 별도로 자산을 관리하면서 시장에 매각하는, 은행이나 구조조정 전문회사가 생겨난다고 한다.
이를 ‘배드뱅크’(Bad Bank)라고 부르는데, 외국에서는 이미 80년대부터 생겨 부실화한 은행들의 부실 자산을 여기서 사들여 관리하고 처리했다고 한다. 이 기관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우량 채권에서 따로 떼어낸 다음 이를 처분하거나 회수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지난달 중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런 은행을 꾸려 운영하기로 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금융기관들의 부실 채권이나 부실 자산만을 사들여 이를 전문적으로 처리한 후에 우량 채권만 남기게 되면 이를 ‘굿뱅크’로 분류해서 자산부채 인수방식 등을 통해 다른 우량 은행과 합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은행이 금융기관이나 정부 쪽에서 본다면 ‘부실채권 정리은행’이 되겠지만, 이용자나 개인 처지에서 본다면 ‘신용회복 전담은행’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신용 불량자가 400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이런 은행이 나왔다는 것은 썩 바람직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아 잃었던 신용을 되찾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배드뱅크’란 말은 원산지도 그렇거니와 어감도 좋지 못하고, 실제로는 무슨 일을 하는 데인지도 알 수가 없다. 우리말로 ‘신용회복은행, 신용회복 전담은행’ 정도로 부르면 좋겠다. ‘배드뱅크’ 같은 지칭에서 제도 자체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적잖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