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진 식구들 만나다. 아이들과 우표 ‘수집(收集)’을 즐기는 분들 많죠. 저도 어릴 적에 우표를 참 많이 모았습니다. 설날 절하고 받은 세뱃돈은 은행 반, 우표 반씩 썼고, 틈틈이 신문 돌리며 번 돈도 은행으로 반, 우표 사는 데 반씩 썼습니다. 요즘은 책을 사읽는 일에 푹 빠져서 우표는 거의 안 사는 편이지만 가끔 어릴 적에 모으던 우표가 생각나서 뒤져 보곤 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말할 때는 “우표를 모은다”고 하면서‘취미’가 무어냐고 물으면 ‘우표 수집’이라고 쉽게 말해왔습니다. 신문기사를 오려서 갈래에 따라 모으던 일도 ‘스크랩(scrap)’이라 말했고요. 잘 따지고 보면“우표를 모으는 일”은 ‘우표 모으기’라 하면 되고 “신문기사를 오려서 모으는 일”은 ‘신문기사 (오려) 모으기’라고 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모으기’보다는 ‘수집’이라는 말에 참 오래 길든 채 살아왔고 아직도 입버릇으로 남아 있습니다.
텔레비전 새소식에도 나오고 신문에서도 나오는 소식 가운데 “남북으로 헤어진 식구들이 만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헤어진 채 쉰 해 넘게 소식도 모른 채 살아온 분들이 눈물로 만나는 모습을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만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궁금증이 드는 말이 있어요.
소식을 알리는 말로는 “헤어진 식구들을 만난다”고 하면서 기사이름을 딸 때는 ‘이산가족(離散家族) 상봉(相)’이라고 붙여요. ‘이산(離散)’은 “헤어져 흩어짐”을 뜻하고 ‘상봉(相)’은 “서로 만남”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이란 다름 아닌 ‘헤어진 식구 만나기’가 되어요.
‘글쓰기’보다는 ‘작문(作文)’을, ‘만들기’보다는 ‘공작(工作)’을,‘모으기’보다는 ‘수집(收集)’을 즐겨 쓰는 어른말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헤어진 식구들을 만나는 일도 ‘이산가족 상봉’이라 하고요. 아이와 함께 자리에 가만히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즐겨 쓸 만한 말이 어떤 말인지를 말이에요.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즐겨 쓸 만한 말이 어떤 말인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