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부 성명란에 '柳(유)'씨 성(姓)의 한글 표기는 '류'씨로 써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민사1부(재판장 손차준 부장판사)는 12일 유(柳)모(81)씨가 호적부 성의 한글 표기를 '유'씨에서 '류'씨로 고쳐 달라며 제기한 호적정정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이를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가가 개인의 구체적 상황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의 한글 표기에 두음법칙 적용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성은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고 혈통을 상징하는 기호인데 성의 '柳'씨를 '유'로 표기하더라도 한글 표기만으로는 동일하게 '유'로 표기되는 '劉.兪씨'와 구별되지 않고 성에 대해 두음법칙 적용을 강제할 만한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성에 대한 두음법칙 강제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인데도 법률 형식을 취하지 않고 행정규칙인 대법원 예규(제520호 제2항)로 정한 것은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劉.兪)씨 등과는 달리 한글 이름 성을 '류'씨로 불러온 문화 유(柳)씨 후손과 일부 '리(李)'씨, '라(羅)'씨 문중 등의 호적정정신청도 잇따를 전망이다.
유씨는 '문화 유(柳)'씨로 그 성의 올바른 한글 표기가 '류'인데도 호적에는 '유'로 기재돼 있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법원에 호적정정신청을 냈으나 3월 1심에서 기각됐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1994년 호적법시행규칙 개정으로 한자 대신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게 되자 한자로 된 성(姓)을 한글로 적을 때는 한글맞춤법에 따라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호적예규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柳.李.羅'를 호적부에 한글로 표기할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유.이.나'로 표기하도록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