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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한국어 붐

도쿄(東京)에서 비행기로 1시간반가량 걸리는 규슈(九州) 미야자키(宮崎)시. 그곳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다시 버스로 1시간 반 들어가는 두메산골 난고손(南鄕村).

마을에 들어서면 ‘잘 오셨습니다’라는 한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연인의 언덕 2.4㎞’ ‘기지노용암계곡 2㎞’라는 교통표지판, ‘정말 맛있어요 고또부끼’ ‘다방 이찌방칸’ 등의 한글간판. 마을 노인에게 ‘안녕하세요’ 했더니 ‘안녕하시무니까’라고 대답한다.

인구 2600명 남짓한 작은 마을 난고손. 놀랍게도 주민의 절반가량이 한국어로 인사를 할 줄 안다. 우동집에 들어서자 여주인이 “차 도세요(차 드세요)”라며 녹차를 내온다.

이 마을은 먼 옛날 백제왕이 은둔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 1986년부터 백제식 건물을 짓고 매년 백제왕 축제를 여는 등 ‘마을 뿌리 찾기’로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웃나라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려면 말을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난고손 야쿠바(읍사무소에 해당) 하라다 수미오(原田須美雄) 과장의 설명. 90년부터 아예 한국인 국제교류원을 초빙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 마을 내 4개 초등학교와 2개 중학교가 전교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일반인 강좌도 개설됐다.

난고중학교는 한국과의 교류가 가장 큰 자랑. 교내에 ‘화장실’ ‘탈의실’ 등 한글 명패가 붙어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미무라 미쓰야스(上村光保·55) 교장도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한국어를 외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종합학습시간은 학년별로 주2∼2.7회. 매년 여름이면 1학년 전교생이 4박5일간 한국여행도 한다. 2학년 오쿠야마 노조미(奧山希·13·여)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한글을 공부했다”며 “발음이 어렵지만 일본어와 비슷해 재미있다”고 말했다.

요즘엔 한국어 붐이 근처 마을까지 확산됐다. 인근 고교에서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는가 하면 한국과 교류하고 싶다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미야자키현 내 국도표지판도 한글표기가 늘어났다.

올해부터 대학입시에 한국어가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전국 163개 고교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후쿠오카(福岡)에는 한국어 전문학원만 20여개나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어를 배우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했죠. 하지만 요새 젊은이들은 한국 친구를 사귀려고 열심히 배워요. 이런 게 진정한 의미의 교류 아닌가요?” 한국어 학원에 다니는 와타나베 준코(渡邊淳子·27·직장인)의 말이다.

2002/04/19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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