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49057086 명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광고 말

한 텔레비전 광고를 봤더니, 큼지막한 자동차를 타고 오는 신사에게 ‘당신을 감탄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신을 감탄한다’는 말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어느 나라 말이든 서술어가 문장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그래서 서술어가 고유한 격형식을 이끌어 문장을 만든다. 예컨대 ‘읽다’란 동사는 ‘누가 무엇을 읽는다’처럼 주격과 목적격을 이끈다. ‘주다’라는 동사는 ‘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준다’처럼 주격, 목적격, 그리고 ‘에게’라는 부사격을 이끈다. 그리고 자동사 ‘자라다’는 ‘무엇이 자라다’처럼 주격만을, 형용사 ‘아름답다’도 ‘무엇이 어떠하다’처럼 주격하고만 어울린다.

동사 ‘의논하다’는 ‘누구와’라는 부사격을 필요로 하고, ‘문의하다’는 ‘누구에게’라는 부사격을 필요로 한다. “법률 문제를 변호사에게 의논한다”란 표현은 부사격을 잘못 쓴 말이다. 따라서 ‘변호사와 의논한다’라고 하든지 아니면 ‘변호사에게 문의한다’라고 해야 제대로 된 말이 될 것이다.

‘감탄하다’는 자동사로서, ‘누가 무엇에(혹은 누구에게) 감탄하다’라는 문장 구조를 이끈다. 실제로 “동네 사람들은 그녀의 효심에 감탄했다. 관객들은 마술사의 신기한 묘기에 감탄했다. 추진력이 남다른 김 부장에게 모두 감탄했다’처럼 ‘무엇에(혹은 누구에게) 감탄했다’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에 든 문장은 “당신 모습에(혹은 당신에게) 감탄합니다”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어법에 맞아야 자연스러운 표현이 되고 동시에 정확한 표현이 된다. 아무리 광고문이라 하더라도 우리말을 그르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옳든 그르든 광고문의 위력은 대단하기 때문이다.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

2004/07/12 한겨레



   
 
번호 예제 날짜 출처
220 서구와 서양 2004/07/05 한겨레
219 매형·매제 2004/07/04 한겨레
218 실시? 2004/07/01 한겨레
217 엉터리 ‘-하다’① 2004/06/29 한겨레
216 남북 외래어 2004/06/28 한겨레
215 매립 2004/06/25 한겨레
214 배드뱅크? 2004/06/22 한겨레
213 안도현의 아침엽서 : 얼음보숭이 2004/06/22 국정브리핑
212 사회자 말솜씨 2004/06/21 한겨레
211 물때썰때 2004/06/17 한겨레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