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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정책, 규정
`수퍼맨`은 `슈퍼맨`으로 돌아왔어야

"액션 영웅 수퍼맨의 활약을 다룬 ‘수퍼맨 리턴즈’가 최근 전 세계에 동시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당초 7월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흥행성을 감안 개봉일을 앞당겼다. 이 영화는 70년대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수퍼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비 또한 2억 6,000만 달러(약 2,600억 원)를 투입, 더 웅장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앞의 내용은 언론 보도 내용을 그대로 요약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에 이상한 표기가 있다. ‘슈퍼맨’의 표기다. 이제 'Superman'은 '슈퍼맨'이라고 표기하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생소한‘수퍼맨’이라고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Superman’의 우리말 표기는 ‘슈퍼맨’이다. 이는 외래어표기법 규정에 의한 것이다. 자의적 이유를 내세워 ‘수퍼맨’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언어생활의 혼란을 가져온다.

혹시 이 영화를 수입한 회사에서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가 바른 표기인데, ‘수퍼맨 리턴즈’라고 표기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그 또한 엉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신문 등에서도 광고는 물론 본문 기사 작성을 하면서 ‘슈퍼맨 리턴즈’를 ‘수퍼맨 리턴즈’라며 덩달아 잘못 표기하고 있는데 고쳐야 한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의 문제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1933년 조선어 학회에서 펴낸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시작되었지만, 1941년 조선어학회에서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으로 펴낸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그 후 외래어 표기법은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으로 개정되기도 했고, 계속 수정·보완을 거쳐 1986년 1월 7일에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85-11)으로 정착하였다.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의 총칙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함에는 원어의 철자나 어법적 형태의 어떠함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표음주의로 하되, 현재 사용하는 한글의 자모와 자형만으로써 적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표음은 원어의 발음을 정확히 표시한 만국 음성기호를 표준으로 하여, 별도의 대조표에 의하여 적음을 원칙으로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두 번째 규정을 오해하여 외래어 표기가 마치 외국어 표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 표기를 정할 때에는 원어인 외국어의 발음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가 문자 생활을 편하게 하고자 만들어 놓은 것으로, 우리의 어문 규정의 한 부분이다.

이 규정은 지키자고 만든 것이다. 서로가 지켜야 혼란이 없고, 편리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외국어 운운하면서 자의적 표기를 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들 말대로 ‘콘텐츠’라고 해야 할 것을 ‘컨텐츠, 컨탠츠, 콘탠츠’를 허용하다 보면, 나중에는 ‘칸텐츠, 칸탠츠……’까지 나와 혼란의 극치에 다다를 것이다.

물론 외래어 표기법이 어긋났다고 국가로부터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문 규범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문화인이 해야 할 가장 기본 요건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디지틀/디지털, 락 음악/록 음악, 레포트/리포트, 로보트/로봇, 맛사지/마사지, 써비스/서비스, 악세사리/액세서리, 앙꼬르/앙콜/앵콜/앙코르, 애드립/애드리브, 윈도우/윈도, 째즈/재즈, 커피샾/커피숖/커피숍, 텔레비젼/텔레비/텔레비전, 프로포즈/프러포즈, 필림/필름’(각각 맨 뒤의 표현이 바른 것이다)처럼 혼란스러운 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우리의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렵게 한다. 우리가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길만이 해답이다.

최근 인류의 삶은 초국적(超國的)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개별 국가 간의 교류를 넘어 대륙 간 교류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와 더불어 생산, 소비, 분배가 국제적인 차원의 연결망 속에서 이루어지고,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뉴스, 영화, 음악,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안방에서 바로 접하고 있다.

자연 이러한 교류에는 언어의 침투도 한 몫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말로 순화할 여유도 없이 외국어와 외래어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언어의 올바른 사용이다.

최근 국제 교류는 기존의 민족 단위로 이루어지던 사회생활을 새로운 차원으로 재편하는 것으로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대세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 정세에 어울리게 개방적인 사고를 지녀야 하고 그 일환으로 언어에 대해서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그럴 듯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언어는 우리를 가장 우리답게 하는 정신의 산물이고, 문화이다. 민족의 고유 언어를 지키는 것은 국제적 흐름과 별개의 문제이다. 그것은 교류 대상도 수단도 아니다. 협상 대상도 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유연한 사고가 아니라, 잘못된 사고가 되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영화 ‘슈퍼맨 리턴즈’는 모바일게임으로도 제공하고 있는데, ‘수퍼맨 리턴즈’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미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흥행 영화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들의 경우에도 인기몰이에 성공해 왔는데, ‘수퍼맨 리턴즈’ 역시 인기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표기법이 잘못된 ‘수퍼맨 리턴즈’는 게임을 즐기는 어린아이들에게 각인될 우려가 크다. 하루 빨리 바르게 고쳐서 보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08/01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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