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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말놀이 동시집' 펴낸 최승호 시인

시는 본래 노래다. 그래서 시는 아무렇게나 흩어진 글(산문.散文)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운.韻)을 갖춘 글이다. 규칙을 머리에 두면 두운(頭韻)이요, 끝에 두면 각운(脚韻)이다. 하여 소리내 읊었을 때 입안을 감싸도는 맛이 살아야 비로소 시다. 시는 본래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시는 유희다. '아'와 '어'가 얼마나 다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시다. 그래서 시는 놀이다. 말놀이다. 최승호(51.사진) 시인이 이 놀이에 도전했다.

시인은 자음 14개를 모음 6개(ㅏ.ㅓ.ㅗ.ㅜ.ㅡ.ㅣ)와 하나씩 붙였다 뗐다를 반복해 모두 84편의 시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시를 만들었다'고 한 건, 평소 시인의 시작(詩作) 방식과 다르게 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머리에 벼락이 내리쳐야 시를 생산한 시인은 이번엔 국어사전을 끼고 살았다. 말놀이 원칙을 고수한 국내 최초의 시집 '말놀이 동시집'(비룡소)은 이렇게 탄생했다. 말놀이 시? 이런 식의 시다.

'저어새야 저어새야/고개를 저어라/이리저리 저어라/저녁까지 저어라/저어라 저어라 저어새야//배고프면 잠이 안 온단다'('저어새' 전문)

자음'ㅈ'과 모음 'ㅓ'이 결합한 '저'란 글자가 맥락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이 단순한 말놀이가 시가 될 수 있는 건, 이 짧은 시 안에 먹이를 잡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젖는 저어새의 습성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저'는 모두 9차례 등장한다. 소리내 읽을 때 '저'란 글자에 시나브로 힘이 실린다. 반복이 주는 효과요, 재미다. 둘째 연이 두운을 따르지 않은 건 반복의 단순함을 피하려 부러 비튼 것이다.

'라미 라미/맨드라미//라미 라미/쓰르라미//맨드라미 지고 귀뚜라미 우네'('귀뚜라미'부분)나 '아지랑이 머리는 어디있지?/아물아물 아물아물//아지랑이 꼬리는 어디 있지?/아물아물 아물아물'('아지랑이'부분)처럼 곡조만 붙이면 바로 노래가 될 법한 작품도 여럿이다.

시인에게 왜 동시냐고 물었다.

"놀다 보면 상상력이 생기고 창의력이 계발되는 법인데 우리 학교에선 노는 걸 가르치지 않습니다. 언어 능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말과 함께 노는 것입니다. 말과 노는 게 시인의 일이니 당연히 시인의 몫이지요."

이 책이 귀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유종호 연세대 교수의 추천사다. 난해한 평론 세계를 펼쳐왔던 유 교수가 이제 막 한글을 깨친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추천의 글을 썼다.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2005/04/0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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