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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48652006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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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초롬한우리말]‘구미호’, 아홉꼬리여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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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보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살갑고 좋은 말을 자주 쓰면 시나브로 그말에 익숙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살갑고 좋은 말을 쓰게 되기도 합니다.
안 좋고 문제 많은 말도 자주 듣다 보면 익숙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쓰게 되고요.
지난 8월8일치 <한겨레> 1쪽을 보면 “고흥 우주센터 오늘 첫삽”이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한겨레>를 볼 때 퍽 자주 만날 수 있는 낱말인 ‘첫삽’은 사전에는 없는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을 뜻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옛말마따나 “공사를 하는 첫 일”이 바로‘첫삽’이거든요. ‘기공(起工)’, ‘시공(施工)’, ‘착공(着工)’ 같은 말을 갈음할 좋은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우리가 널리 쓸만하고 살갑게 여길 만한 낱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녘에서 펴낸 <온달전(1984)>을 보면 “옛말에 아홉꼬리를 가진 여우가 환술을부려 요망스런 미인이 되여 사람을 홀려죽인다는 말이 있다. 옳다. 아홉꼬리여우가나를 홀리려 왔구나”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북녘이나 남녘 사전에‘아홉꼬리’나 ‘아홉꼬리여우’라는 말은 없습니다. ‘아홉’을 써서 지은낱말로는 ‘아홉줄꼬니(북)-아홉줄고누(남)’가 눈에 띕니다. 이런 낱말 한두 가지빼놓고 ‘아홉’을 써서 한 낱말로 삼는 말은 거의 없습니다.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가리키는 말로 남녘에서는 ‘구미호(九尾狐)’라하고 북녘에서는 ‘구미여우’라 하는군요. 북녘 이야기책에서는‘아홉꼬리여우’라 말하지만, 사전에는 ‘구미여우’입니다. ‘구미’가 ‘아홉꼬리’임을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여우 이름을 ‘아홉 꼬리 여우’로 했다면어떠했을까요 ‘호(狐)’만 ‘여우’로 고칠 게 아니라 ‘구미(九尾)’도 ‘아홉꼬리’로 고쳤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보통은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만 말하기에 ‘구미호’를 쓰는데, 꼬리가 여덟이라면 ‘팔미호’, 꼬리가 일곱이라면 ‘칠미호’가 되겠죠. 이럴 때는‘여덟꼬리여우’, ‘일곱꼬리여우’로 할 때가 좀더 낫고 좋은 말이라고생각합니다. ‘칠공주’보다는 ‘일곱 공주’로, 독수리 ‘오형제’보다는 ‘다섯형제’로, ‘삼남매’보다는 ‘세 남매’로 쓰는 일도 우리 말 느낌과 생각을키우는 일이 되리라 봅니다.
아이들이 좀더 살가우면서 쉽고 가까운 말을 널리듣고 쓸 수 있는 환경을 가꾸어 가면 좋겠습니다.
최종규/책만드는이
2003/08/17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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