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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나는 한국어를 배우러 왔습니다"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에는 한자를 함께 배웠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 왔을 때에는 한자를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순수한 한국어만 쓰자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더 편했다.

대신 거리의 음식점과 가게의 간판에선 흔하게 영문을 볼 수가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놀라워 했다.

하지만 간판과 잡지, 책을 주의 깊게 볼수록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문 `shop` 옆에 숍이나 `쇼프`가 쓰여 있고 어떨 때는 `책상` 대신 영문없이 `데스크`가, `전화`가 `폰`으로 적혀 있었다.

재미로 친구들과 무슨 뜻인지 알아 맞춰 보는 놀이도 했는데 순수한 한국어를 쓰자는 것과는 무관한 것 같았다.

순수한 한국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문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논문 한 편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영화의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은데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더 나은 지 모르겠지만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한글로 표시된 영화 제목을 보면 한국인들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았는데 정확한 뜻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영어 표기법 규칙이 있다 해도 모든 관객들이 규칙을 알고 있을까.

또 영화 제목을 이해하기 위해 영어 표기법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지난 12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고 지금도, 앞으로도 배울 예정이다. 아무리 배워도 한국어의 모든 어휘나 표현을 배우기가 벅차다.

한국어의 어휘는 빈곤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언어에 비해 더 표현이 풍부한 것 같다.

영화 제목을 영어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은 한국어 표현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글 영어 표기법이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러 멀고 먼 이 곳까지 왔다. 영어도 아닌 국적 불명인 언어의 존재가 상당히 유감스럽다.

/안나 파라돕스카 폴란드인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2002/05/27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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