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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6050564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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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월드컵 제목 감정-흥분 거둬 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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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토가 ‘붉은 악마’의 응원 열기로 후끈하다. 한국팀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염원이 되고, 그 염원은 강한 수사를 동반한다.
유난히 큰 활자와 사진, 느낌표 등 각종 문장부호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즈음의 신문 지면은 축구 경기장 안팎의 열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그러나 그 열기에 눌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몇 가지가 간과되고 있는 느낌이다.
첫째, 뉴스 제목은 사실의 정확한 전달에 우선적 가치를 두어야 한다.
세네갈 ‘블랙 쿠데타’(6월 1일 A1면) ‘에펠탑 휘청’(7일 A1면) ‘여우 vs 곰’ (9일 A1면) ‘로비킨 창이냐 모래바람이냐’(11일 C5면) 등 메타포의 비약적인 사용은 정확한 의미를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한국 ‘오늘을 기다렸다’ (4일 A1면) ‘보았느냐! 코리아의 힘’(5일 C1면) ‘한국 축구 V2 신화 쏴라’ (10일 A1면) ‘잘 싸웠다… 희망 있다’(11일 C1면) 등은 신문이 뉴스 전달 매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전후 맥락의 이해를 독자들에게 아예 맡겨 놓고 있는 제목들이다. ‘오! 첫승’(5일 A1면) ‘아! 프랑스’(1일 B1면) ‘와!동점골’(11일 A3면) ‘삿포로 휴∼’(8일 A3면) 등 감탄사가 주는 효과는 사용 빈도와 반비례한다. 그 와중에 ‘8 대 0 독, 사우디에 기록적 대승’ (2일 A1면) 같은 담백한 제목이 오히려 돋보였다.
둘째, 뉴스 언어는 비속어나 외국어를 가려낸, 되도록 품위 있는 표준말이어야 한다. ‘골 세리머니’(7일 C10면) ‘아트 사커’등에 해당하는좋은 우리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섹시 내조’(7일 WEEKEND1면) ‘후반 조커’ (11일 C3면) 같은 반쪽 외국어가 거슬렸다. ‘신화 쏴라’(4일 A1면)에서의 ‘쏘다’, ‘끝내줬다’(9일 ‘비바 월드컵’ 7면) 같은 관용어는 제목 용어로 부적합하다는 느낌이었다. 그 중에 ‘아르헨도 집으로…’(13일 A1면) ‘살베서 살빼기’(7일 A15면) 같은 제목들은 우리말의 감각과 리듬을 살린 좋은 제목이었다.
셋째, 언어의 수위는 중간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강한 언어는 사건의 성격을 규정짓고 색깔을 입혀 객관적인 사실 전달을 방해한다. 미국과 1점을 주고받은 것이 지옥과 천당을 오간 90분(11일 A3면)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더 가슴 졸이는 순간이 나온다면 무슨 말로 표현하겠는가.
“사람이 달에 내려 걸었다(Men have landed and walked on the moon).
”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날,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담백한 리드의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한 마디 감동 어린 수사도, 흥분의 느낌표도 없었다. 사실 자체로 충분히 벅찰 때, 나머지 언어들은 군더더기가 된다.
논조는 뜨겁게, 그러나 보도는 냉정하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사실에서 감정과 흥분의 앙금을 거둬낼 줄 아는 언론을 보고 싶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2002/06/1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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