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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조선어 사전

1945년 9월8일, 지금의 서울역인 경성역의 조선통운 창고에서 한 무더기의 원고가 발견됐다. 해방 직후라 갈 곳을 잃은 수많은 화물들 속에서다. 하마터면 영원히 주인을 찾지 못할 뻔한 원고지 2만6천5백여장.

바로 우리나라 국어사전의 대표주자이자 제대로 된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말큰사전’의 원고다. 서슬퍼런 일제강점기 아래서 어렵사리 쓰여진 이 원고는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3년전 일본 경찰에 빼앗긴 것. 함흥 감옥에 있던 이극로 최현배 이희승 정인승 등은 해방으로 석방되자마자 한걸음에 서울로 달려와 이 원고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사전편찬에 참여한 김병제는 “신명(神明)의 도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매, 원고상자를 여는 이의 손은 떨리었다. 원고를 손에 드는 이의 눈에는 눈물이 어리었다…”고 당시를 표현했다.

지금 너무나 편하고 쉽게 쓰고 있어 공기나 물처럼 그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는 국어사전. 이런 감동적인 산고를 통해 이 땅에 태어났다.

‘우리말의 탄생’은 조선말큰사전의 편찬과정 50년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사전이 ‘언어의 진정한 탄생’을 의미한다면, 조선말큰사전은 곧 ‘우리 말과 글의 진정한 탄생’. 사방에 흩어진 어휘들을 찾아 규범화시키는 사전편찬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데, 하물며 일제강점 하에서의 그 작업은 어떠했을까. 이 책은 우리의 사전이 품고 있는 그 숱한 사연들을 고스란히 전한다.

조선말큰사전은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회가 결성되면서 본격 시작된다. 그 이전에도 사전편찬 시도들이 있었으나 무산된 뒤여서 편찬 작업은 식민지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는다. 사전은 곧 우리말글을 통해 민족혼을 지켜내는 것이었기 때문. 편찬회는 취지문에서 “조선민족은 언어와 문자를 소유하면서도 아직 사전 한 권을 가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민족의 문화적 생애는 금일과 같은 황폐를 이루게 된 것”이라며 “본디 사전의 직분이 중대하니 모름지기 강호의 동지들은 민족적 백년대계에 협조함이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조선어 사전’을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조선어학회가 1936년 조선어사전편찬회로부터 사전업무를 이어받지만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강이 줄을 이었다. 그 산과 강을 넘어 초고가 완성돼 마침내 제1권이 조판에 들어간 1942년. 일제는 그해 10월 조선어학회사건을 일으켜 회원들을 감옥에 보내고, 사전원고를 빼앗는다. 그 상황 속에서 해방이 됐고, 사전은 1947년 마침내 첫째권이 발간된다. 이후 49년 제2권, 50년에는 조선어학회를 이은 한글학회가 ‘큰 사전’으로 이름을 바꿔 3권째를, 그리고 1957년 4~6권이 나오면서 완성의 기쁨을 맛본다.

▲ 우리말의 탄생/최경봉|책과함께

이 책은 사전 탄생 과정뿐 아니라 사전 작업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과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이들의 삶을 전해 감동을 안긴다. 저 멀리 있는 국어사전을 새삼 쳐다보게 만들고, 사전 속 행간에 담긴 앞선 사람들의 땀과 눈물을 비로소 느끼게 하는 것. 원광대 교수인 저자는 책 끝부분에 남북이 함께 만들려고 하는 ‘겨레말 큰 사전’에 민족의 희망을 걸며 큰 관심을 강조하기도 한다. 1만4천9백원

2005/10/07  경향신문



   
 
번호 예제 날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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