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들의 말씨가 심상치 않다. 뜻 모를 줄임말에 욕설도 거침없다. 국적 불명의 게임 언어와 인터넷 은어까지 그야말로 언어 종합병원이다.
특히 사투리 유행어가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말씨에 깃든 삶과 혼을 외면하고 발음과 억양만 짜낸 우스꽝스런 사투리는 지역 문화를 왜곡할 수 있다. '이런 지역 사람들은 어떠어떠하다'는 식의 비논리적 편견을 부추길 우려도 크다. 또 사투리의 확산은 명확하고 정교한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투리는 우리말 바로 쓰기의 적일까? 사투리를 되살려 쓰면 좋은 점은 없을까? 사실 질박한 사투리만큼 우리말 맵시를 잘 간직하고 있는 것도 드물다. 겉치레 없는 사투리는 우리네 마음과 생각을 말갛게 드러낸다. 중앙 언어의 권위를 벗어나 다양한 삶을 평등하게 비추는 언어이기도 하다.
'삼거리 점방'(선안나 글, 느림보)과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고재은 글, 문학동네어린이)는 사투리의 참모습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삼거리 …'의 주인공 '붙들이'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늘 뭔가 붙들고 다니지만 마음만은 우뚝 서 있다. '벌어묵어야제. 빌어묵으머 되나'는 생각으로 '쪼매라도 딴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다. '강마을에 …'에서는 책 속의 모든 문장이 사투리다. "오메, 요 색 쪼까 보소. 묵기도 전에 양 차 블것어"라며 '퍼런 잎사구'를 뜯어 보릿국이며 대사리국을 끓이는 장면에서는 절로 군침이 고인다. 책을 덮어도 "그랑게, 여서 뭣 허요?"하며 성실어매가 툭 튀어나올 것 같다.
논술문을 쓸 때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의미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투리의 풍미를 알아야 우리 살림살이를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우리 고전이나 현대 문학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사투리의 매력이 가득한 책을 신명나게 읽어보자. 그리고 난 뒤 사투리의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토론하고 논술문에 적합한 표준어 어휘로 글을 써 본다면 뜻 깊고도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