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비석으로 알려진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한글고비(古碑·서울시 유형문화재 27호)’를 보물로 ‘승격’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8일 “하계동 한글고비가 전국에 있는 3개의 한글비석 중 문화재적 가치가 가장 높다고 판단해 문화재청에 보물지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비석은 하계동 서라벌 고교 맞은 편 불암산 자락에 서 있으며, 조선 중종 31년(1536년) 문신 묵재(默齋) 이문건(李文楗)이 아버지 묘를 이장하면서 외지인들이 흠집내지 못하도록 경고문을 한자와 한글로 새겼다. 한글 부분은 ‘녕? 비라 거운 사?? ?화? 니브리라(신령한 비이다. 쓰러뜨리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 이? 글모?? 사??려 알위노라(이를 한문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노라)’라고 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글로 된 옛 비석은 이 밖에도 경북 문경시 문경읍 ‘산불됴심비’와 경기 포천시 영중면 인흥군 이영 묘역 입구표석이 있다. 이들은 각각 정조·숙종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건립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김호연 서울시 문화재과장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비석은 숱하게 많지만 정작 한글 비석은 단 한 개도 없다”며 “희소성과 역사성 등을 따져봤을 때 국가지정문화재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 시 문화재위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