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재학생 이성학군(20)은 수시합격자 발표 뒤 학교 커뮤니티사이트 자유게시판에 들어갔다 낭패를 당했다. 수시합격자라고 밝힌 한 고교생과 채팅을 나누는데 `㉧┣㉡=1엉 ㉭┣㉦┫┃㉧=1`라는 글이 떴다. 뜻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고교생은 "대화가 안된다"며 곧바로 대화방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알아보니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의 W언어였다.
W언어가 대학 인터넷 자유게시판을 누비고 있다. 자유게시판을 찾는 예비 수험생들은 진학상담 중 자신들만의 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한다. 그러나 W언어는 기존 언어의 형태·격식을 완전히 벗어나 대학생마저 당황하고 있다.
대학생 허신구씨(21)는 "특수문자, 외계어 등은 들어봤지만 도대체 W언어는 또 무슨 말이냐"며 세대차를 절감했다.
W언어는 한글과 도형 외에 외국어까지 동원해 조합했다. `パŁㄹБㅎЙ♡`(사랑해), `↘しĦフドユㄷĦ↖`(내가 그대) 등 한글 외에 세계 각국의 언어를 혼합해 10대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W언어는 지난 6월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세계 각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0대들이 기존 언어에 외국어를 혼합한 특수언어를 만들어낸 것. 월드컵 세대의 주역인 10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해서 앞 글자의 이니셜을 사용, W언어라 불리고 있다.
고등학생 강모군(17)은 "친구들 사이에 월드컵을 보며 세계 각국의 외국어를 혼합해 새로운 의미의 언어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며 "우리끼리 사용하는 비밀언어라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했다.
어느 사회에나 그들만의 언어가 있기 마련이지만 세대간 의사소통을 단절시킬 정도라면 문제라는 것이 언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화여대 국문과 이인화 교수는 "단순한 재미로 언어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언어파괴 행위"라며 "인터넷 통신과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당분간 새로운 언어가 계속 등장할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