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술이편`에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워 자도 그 가운데 즐거움이 있다”(飯疏食飮水曲肱而枕之亦在其中) 라고 하여 밥 먹는 일을 판스(반식·飯食)라 했고, 〈한한대사전〉(동아출판사)에는 식(食)을 `밥 식, 밥 사`라 하고, 논어의 같은 편에 있는 ‘학문을 하려고 분발하면 먹는 일을 잊는다’(發憤亡食)를 용례로 들었으나 ‘식사’(食事)라는 표제어는 없다.
한편, 〈한중사전〉(진명출판사)에는 밥 먹는 일을 츠판(吃飯)이라 하고 보기로 ‘조반이 끝났다’(吃完了早飯)를 들었다.
이처럼 `식사`는 중국어에 없고 우리말에도 없는 말이었는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광복 직후 건국 초에 일본군 출신들이 국군 창설에 대거 참여해서 일본군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생활용어로 굳어져 일반 사회와 가정에까지 스며들었던 것이다. 전통 예절을 지켜 온 점잖은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 새 며느리가 “아버님 식사하세요” 하는 말을 어느 지긋한 인사가 듣고 적이 당황해서 “자네 군대 생활을 했는가”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말의 특유한 존대법은 겨레의 높은 도덕 의식이 낳은 소중한 문화 유산으로서, `밥`의 높임말 `진지`와 `먹는다`의 높임말 `잡수신다`는 그 중에서도 백미다.
그러므로 `하게할` 대상에게 하는 말 “아침(점심·저녁) 진지 자시게. / ~ 자셨나”와 아주 높일 상대에게 하는 말 “아침(점심·저녁) 진지 드십시오/~ 잡수셨습니까”를 그대로 보존해서 우애하며 경로하는 전통을 지키고 빛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