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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한마당] 국어 실력

일본 청소년들의 국어 실력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부과학성의 국립 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초등학생부터 고교 2년생까지 2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때 배우는 ‘쌓을 적(積)’자를 제대로 쓴 고등학생이 54%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자 실력을 비롯한 일본어 실력이 떨어진 것은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사 대상자 중 고교생의 41%,중학생의 30%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경험이 전혀 없었고 ‘숙제와 수업 시간 외에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18%,‘교과서보다 두꺼운 책을 읽어 본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16%였다.

한때 독서문화로 유명했던 나라에서 이같이 국어 실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에는 일본 전역에서 일본어 공부 붐이 일어 ‘소리를 내어 읽는 일본어’라는 책이 127만부나 팔렸으며 요미우리 신문 같은 언론매체에서도 일본어 교육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국어 실력은 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철자법 테스트와 성조(聲調) 진단을 한 뒤 진단서를 끊어주는 ‘국어 병원’이 개설됐다. ‘태국어 종합병원’이라는 이름의 이 기관은 외국어 범람,철자 오기.성조 변질 등으로 태국어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태국 전역에서 문을 열었다.

일본과 태국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진다. 문화관광부가 서울대에 의뢰해 지난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국어 실력은 100점 만점에 29점으로 낙제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은 34점,중·고교생은 31점이었다. 1995년 비슷한 난이도로 조사했을 때 평균 점수가 55점이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국민의 국어 실력이 현저하게 저하됐다는 얘기다. 맞춤법,외래어 표기,표준어 등을 주로 물은 이 조사에서 대상자들은 아주 기초적인 것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국민의 국어 실력이 지금도 이처럼 심각한 수준인데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상의 채팅 언어를 보면 몇 년 후에는 더욱 형편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채팅 언어는 의도적으로 국어생활 자체를 부정,파괴하고 있다. 맞춤법을 아예 무시한 채팅 언어가 일상생활에서도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어 부모와 자식간에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 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국제화 시대를 맞아 갓난아기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세상이니 국어는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프랑스는 유별나다. 프랑스는 ‘프랑스어법’을 만들어 정부, 학계, 기업, 광고업계가 영어 등 외국어 대신 프랑스어를 쓰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까지 하고 있다. 프랑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어를 지키고 국민의 국어 실력을 향상시킬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2002/08/09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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